[한·중수교 30주년]"한·중 교역액 3600억 달러...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

2022-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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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 인터뷰

"한·중 관계 최대 장애물은 美 개입"

"전략적 명확…전략적 균형 상실 위험도"

"한·중 디커플링 주장…경제 무지함"

"칩4 동맹 참여…韓엔 막대한 손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 [사진=배인선 기자]

24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좀처럼 축제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중 관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외교 전략이었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과 전략적 모호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를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새 정부도 미·중 갈등 속에서 사실상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 차츰 대미(對美) 외교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 나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선 “전략적 명확성으로 간다면 결국엔 전략적 균형 상실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잘 알려진 한셴둥(韓獻棟) 중국 정법대학교 교수의 일침이다. 한 교수는 최근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미경중도, 전략적 모호성도 사실은 '전략적 균형'”이라며 “그 균형이 무엇인지는 한국 내에서 국익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외부인의 대학 출입이 금지돼 인터뷰는 베이징 올림픽공원 인근 차관(茶館·전통찻집)에서 이뤄졌다.
 

[사진=아주경제 DB]

"양국관계 30년 발전 만족스러워…다만 美 개입이 최대 장애물"
한셴둥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양국 관계 발전을 “아주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보면, 지난해 한·중 간 교역액은 3600억 달러, 중·일간 교역액은 3700억 달러라며, 올해로 수교 50년이 된 일본보다 수교 30년인 한국과의 교역이 더 활발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 방면에서도 주중 한국대사관 발표 자료를 인용해 정상·총리·장관·의원, 당대당 교류 등 방면에서 한·중 양국은 1년간 20여차례 정치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들어 한·중 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미·중간 갈등 속 미국이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개입이 없다면 한·중 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일단 미국 요소가 개입되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늘날 미·중 관계를 미국의 시각에 따라 '전략적 경쟁 관계'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현재 미·중 관계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사실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으로선 핵심 이익 방면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중 양국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한 교수는 한국이 기존에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해 내세운 안미경중 전략이 일부 도전에 맞닥뜨린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전략적 모호가 곧 전략적 균형이며, 그 균형이 무엇인지는 국가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국가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익이 소수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한국으로선 커다란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중 디커플링 주장은 경제 무지함에서 비롯"
그는 지난 30년간 한·중 경제 협력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을 인정했다. 중국 국내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 인건비도 오르면서 한국이 일부 대중전략을 조정하는 건 당연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의 탈중국, 한·중 디커플링(脫構) 주장에 대해선 경제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주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3600억 달러의 한·중 교역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라며 오늘날 한·중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것은 단기적으로 형성된 게 아님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천천히 대중 전략을 조정할 순 있어도, 단기적으로 중국을 끊어낼래야 끊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양국이 향후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반도체를 꼽았다. 한국이 높은 기술력만 가지고 있다면 중국에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중 경제협력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칩4 동맹을 예로 들었다. 칩4는 미국 주도로 한국·대만·일본을 끌어들여 결성하려는 반도체 협의체다. 미국의 반도체법과 함께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국 투자 제한 내용이 포함돼 자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중국은 간주하고 있다.

한 교수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60%를 차지한다며, 미국의 기술력을 확보해도 60% 시장(중국)을 잃는다면 기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되물었다.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칩4 동맹에 참여하면 중국이 '보복'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적으로 보복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이 보복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한국이 칩4에 참여해 중국이란 시장을 잃게 되면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변국 외교는 首要···특히 한국의 중요성 커졌다"
중국은 올가을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내년 봄 중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정치 시즌'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도 일부 조정이 생기진 않을까 물어봤다.

한 교수는 "중국의 대외정책은 안정적, 연속적"이라며 사람은 바뀌어도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변국은 중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首要) 영역으로, 그중에서도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사실상 공산당 내 서열 8위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한국의 전체 국력, 영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관계는 한·중 양국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앞으로 한·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을 '체제적 도전자'로 규정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미국·일본과의 외교를 더 중요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다소 어려움이 생기진 않을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는 아직 적응기에 놓여있는 만큼, 차차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한국 내 반중 감정···상호 이해 부족에서 비롯"
최근 양국간 반한, 반중 감정이 거세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다수 중국 젊은 층은 여전히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특히 학력이 비교적 높은 젊은 층에서는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반한 여론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댓글을 다는 누리꾼의 90% 이상은 대학생 이하의 학력"이라며 "온라인은 성숙한 의식을 가진 계층을 대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 여론 조사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젊은 층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것은 미세먼지, 홍콩 문제, 대만 문제 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이 중국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없고 이해가 부족하며, 대부분의 지식을 한국 국내언론이나 서방매체에서 얻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최근 홍콩 소요 사태를 둘러싸고 한국은 '민주화 운동’으로 보는 반면, 중국은 ‘폭동’으로 보고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대학 교류 사업 등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중 청년들이 교류를 늘리고 상호 이해도를 높이면 상호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 [사진=배인선 기자]

▣한셴둥 교수는?

중국 국제정치학 전문가인 한셴둥 교수는 현재 중국 법학 및 정치학 분야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정법대에서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겸 국제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데, 구미동학회(WRSA) 남북한 분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우리나라 경남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반도·동북아·아태 지역의 안보·국가통일 및 동아시아 지역 정치 발전 문제를 집중 연구해왔다.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주요 저서로는 '분단과 동맹:한반도 안보의 국제정치' '한반도 안보구도' '분열국가의 통일:이론 및 실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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