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이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증권업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증권업을 둘러싼 자본시장 환경이 악화됐고, 금융당국 규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증권업 특성을 고려하면 비교적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유화증권으로서는 경쟁력을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화증권은 올 1분기 영업수익은 96억1005만원으로 전년 동기(102억2032만원) 대비 5,97%(6억1027만원) 줄었다. 영업이익은 47억3680만원, 당기순이익은 53억8288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각각 30.20%(20억4935만원), 11.48%(6억982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자기자본 4817억원 규모 소형사인 유화증권은 증권업으로 얻은 영업이익이 저조한 편이다. 상반기 증권업 상황을 고려하면 올 2분기 영업 실적에서도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적은 이르면 16~17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을 제외하면 수수료 수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유화증권의 올 1분기 총 수수료 수익은 4억3500만원이다. 이 중 수탁수수료만 3억8000만원이다. 총 수수료 수익 규모 중 87.36%를 차지한다.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IB부문이나 트레이딩(상품운용), 자산운용 부문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부진 속에서도 부동산 임대료로 인한 영업외수익은 홀로 성장했다. 유화증권 1분기 영업외수익은 17억459만원이며 전년 동기(11억2297만원) 대비 51.79%(5억8162만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임대료는 전체 영업외수익 중 90%에 달하는 15억원 정도다.
유화증권은 이전부터 오너 일가의 부동산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2년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 설립된 후 명동 오양빌딩, 여의도 증권거래소 별관과 백상빌딩, 대영빌딩 등을 거쳐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현재 사옥으로 이전했다.
유화증권 사옥은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에 연면적 3만9147㎡(1만1862평)다. 임대료는 임대면적마다 다르지만 전체 1개 층(1854.65㎡·505.73평) 기준 3000만원 이상이다. 다만 건물 노후화로 인해 현재 지상 4개 층과 지하 1층 일부가 공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당기순이익 성장세 역시 임대료에만 의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유화증권에 대해 경영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오너 리스크까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윤경립 유화증권 회장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회장은 2015년 윤장섭 전 명예회장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통정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정매매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상호 주식에 대한 가격과 시간을 사전에 정해 놓고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시 20% 할증되는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 실적이 부족해 보이는 상황 속에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불거졌다”며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경영이 지적받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 리스크는 회사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윤 회장은 1997년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으며, 2016년 별세한 윤 전 명예회장에 이어 대주주에 오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윤 회장이 보유한 유화증권 지분은 22.12%며, 아들 윤승현씨가 5.3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포함한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47.9%로 절반 가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