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폭탄] '역대급 폭우에 민낯 드러낸 서울시 재해대응시스템

2022-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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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대책' 무용지물

지하 배수시설 공사, 예산·설계 문제로 8년 지연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겼다. 특히 고질적 침수 지역인 강남 일대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강우량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몇 년 전에도 유사한 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서울시 재해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시간당 1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보면 강남구 116㎜, 서초구 110㎜였다. 이는 강남 지역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인 8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번 물 폭탄으로 강남 일대에서는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철 역사에 물이 새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전날 밤 2호선 삼성역·사당역·선릉역, 3호선 대치역 등 11개 역사에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서울시에서는 폭우로 사망 5명, 실종 4명이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출퇴근길 교통이 혼잡해지면서 서울시 대응을 향한 불만도 가중됐다. 폭우 예고에도 피해가 계속되는 데에는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6월 말부터 호우경보 발령에 맞춰 비상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7시부터 1단계 대응에 돌입하고 같은 날 낮 12시 2단계에 이어 오후 10시부터는 3단계를 발령해 종합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과거부터 강남 인근이 서울에서 대표적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혀왔다는 점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침수가 잦았던 탓이다. 빗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아스팔트도 많고, 서운로 하수관로에 빗물이 집중되면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기 일쑤였다.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 조정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추진 등이 골자다.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공사는 지연됐다. 배수구역 경계조정은 하천 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 수위보다 낮은 저지대 경계를 조정해 빗물 배출 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당초 이 사업은 2016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교대역∼고속터미널역 총연장 1162m)은 2018년 착공해 지난 6월 완공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사이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분리 터널 공사를 완료하면서 30년 빈도(시간당 95㎜) 강우를 방어할 능력은 확보됐다. 그래도 이번과 같은 폭우까지는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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