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성 금리 전쟁] '파킹통장 연 2.25%' 산은도 뛰어들었다…설 자리 잃은 시중은행

2022-08-05 07:00
  • 글자크기 설정

지난 1일 서울의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에서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에 이어 국책은행까지 고금리 파킹통장을 선보이면서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673조3602억원이었다. 전월보다 약 5.1%(36조6034억원) 감소한 것이며, 줄어든 액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예금(보통예금·당좌예금 등),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을 일컫는다. 사실상 '제로 금리'라 은행으로서는 조달 비용이 적게 들고 잔액도 100조원 규모로 커 예·적금보다 중요한 영업 수단(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핵심 예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저원가성 예금으로 유인···파킹통장 경쟁 치열 

KDB산업은행 'KDB HI 비대면 입출금통장' 소개글. [사진=KDB산업은행 홈페이지]

이처럼 시중은행에서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하는 주된 원인은 치열한 입출금통장 고금리 경쟁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년 말 대비 기준금리를 125bp(1bp=0.01%) 인상하면서 각 은행이 빠르게 예·적금 금리를 높이자 수시입출금식 통장에서 기다리던 시중자금이 예·적금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영업이익을 위해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해야 하는 은행들이 입출금통장으로 유인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스뱅크가 불붙인 고금리 통장 경쟁에 최근 KDB산업은행까지 뛰어들었다. 산은 'KDB HI 비대면 입출금통장'은 연 2.25% 금리를 제공한다. 돈을 잠깐 맡겨도 일반 통장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으로 가입 금액에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파킹통장 중 가장 금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다.

산은에 앞서 파킹통장으로 높은 인기를 끈 곳은 토스뱅크였다. 토스뱅크는 최대 한도 1억원에 연 2.0% 금리를 제공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출범한 토스뱅크가 단기간에 330만 계좌를 확보한 것도 파킹통장 덕분이다. 그러나 국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상황이 역전되면서 토스뱅크도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쟁사 케이뱅크는 지난달 최대 한도 3억원, 연 2.1%로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저축은행 금리 경쟁력은 한 수 위다. OK저축은행은 1000만원 한도로 최고 연 3.2%의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은 5000만원 한도로 최고 연 3% 금리를 적용한다. 페퍼룰루도 지난 1일부터 300만원 이하 금액에는 연 3.0%, 초과 금액에 대해선 2.2% 금리를 적용한다. SBI저축은행은 1억원 이하의 한도를 조건으로 '사이다뱅크의 입출금통장' 금리를 이달 초 연 1.6%에서 2.2%로 인상했다. 한도가 비교적 적긴 하지만 금리는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동성 위기로 번질라"···우려하는 전문가들

은행 및 주요 비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 추이, 5대 시중은행 저원가성 및 정기 예금 순증 추이. [표=키움증권]

금리가 연 0.1~0.2% 수준인 시중은행 입출금통장은 타행과 금리 전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요구불예금 감소가 장기화하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업 대출을 늘리면서 필요한 자금 조달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정기예금과 시장성 예금 발행 증가, 은행채 발행 확대는 은행발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동성 위기는 비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발생하지만 원인은 은행에서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은행의 여수신 동향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그중에서도 은행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시중은행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비은행과 제2금융권 유동성 부족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계절적인 요인 탓도 일부 작용했지만 이를 고려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규모"라면서 "7월 여·수신 동향을 종합해 볼 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해 은행발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연말까지 기준금리, 예·적금 금리가 오를 예정인데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공시한다. 월 1회 시장금리 변동분을 예·적금 금리에도 반영해야 한다. 예·적금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셈이다. 핵심예금의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지속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은 일단 금리 경쟁에 같이 동참하기보다는 급여통장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기관이나 기업과 주거래은행 협약을 맺어 월급통장인 입출금통장 발행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과 영업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우량한 기업을 모시는 전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