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 후폭풍] 커지는 반발...'패싱 부총리' 박순애 입지 흔들

2022-08-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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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광주 서구 서석고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내놓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방적으로 5세 입학 추진을 언급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교육 비(非)전문성을 드러낸 학제 개편안 마련에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 5세 초교 입학 추진에 반대 여론↑

4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돌연 초교 취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없던 내용이다.

박 부총리는 같은 날 사전브리핑에서 "영유아 교육을 강화하는 유보(유치원·어린이집)통합을 추진하고,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진입하는 학제 개편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학제 개편 방안을 통해 격차 없는 교육 환경과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교육 시작 연령을 낮춰 더 많은 사람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가 돌아가게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곧바로 반기를 들었다. 학제 개편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립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된 간담회에서 대다수 학부모단체는 정책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사회적 합의도, 의견 수렴도 없이 발표한 성급한 정책인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입시 경쟁 완화 같은 산적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영유아까지 입시경쟁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며 "근본 대책 없이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 책임 교육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 대다수도 이번 학제 개편안에 부정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전국 교직원·학생·학부모 등 13만1070명을 상대로 입학연령 하향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9%가 만 5세 하향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는 '학부모 등 당사자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79.1%)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국가·사회적 미합의'(65.5%), '교육계 의견 미수렴'(61.0%) 등 순이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학제 개편안 철회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려스럽다" 진보·보수 교육감 한목소리

교육계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권정윤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장(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철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저출산 극복과 경제 논리를 앞세워 유아의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이고 독선적인 방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시·도 교육감들도 진보·보수를 떠나 우려를 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준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이 받는다. 학생들을 위해 교육부가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임태희 경기교육감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임 교육감은 지난 3일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나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 문제일수록 선후 관계 등을 살펴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와 정치권까지 전방위적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불과 나흘 만에 정책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열린 자세로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학기 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 계획을 설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명 한 달' 박순애 자리 위태위태

이번 사태로 임명 한 달을 맞은 박 부총리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박 부총리는 지난 7월 4일 대통령 임명 재가를 받고, 다음 날인 5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취임과 함께 윤석열 정부 첫 여성 부총리이자 초대 교육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임명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박 부총리가 처음 부총리로 발탁된 건 지난 5월 26일이다. 교육이 아닌 공공행정 전문가가 교육부 수장으로 내정되자 비판이 잇달았다. 여기에 2001년 혈중알코올농도 0.251%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관련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같은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다 적발돼 투고 금지 처분을 받고, 입시컨설팅 학원에서 두 아들의 생활기록부 문장을 첨삭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러 논란과 의혹이 쏟아지고 국회 인사청문회가 미뤄지면서 결국 청문회 없이 임명이 이뤄졌다.

이번 사태가 터진 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렵게 교육 수장 자리에 오른 지 1개월 만에 다시 위기에 빠진 것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박 장관은 졸속 행정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갑툭튀 정책과 본인 부도덕성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이 혼란에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말했다.

학부모·보육계·유아교육계 등 42개 단체가 모인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지난 1일부터 연일 반대 집회를 열며 "'만 5세 초등취학 폭탄'을 투하한 박 장관은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성대 겸임교수를 지낸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장관 할당에 집착해 검증 안 된 장관을 임명해 일이 꼬였다"고 비판하며 교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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