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코로나 잊은 불야성" 錢·人·物 몰리는 충칭

2022-07-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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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조 계약 체결―서부 국제투자무역박람회

中서부 '첨단 과학연구 기지'―서부과학성

동서남북 육·해·공 뻗는 물류허브―궈위안항

전국 코로나 난리에도···충칭은 '불야성'

충칭시를 가로지르는 창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차오톈먼 부두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지난 22일 저녁, 중국 충칭(重慶)시 최대 번화가인 훙야둥(洪崖洞) 앞 강변 거리. 외지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곳은 밤 9시 늦은 시간에도 건물의 화려한 조명 아래 젊은 인파들로 거리가 꽉 찼다. 충칭 현지 한 주민은 "새벽 2~3시까지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야말로 불야성"이라고 말했다. 

#. 21일 충칭시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열린 제4회 서부 국제 투자·무역박람회(WCIFIT).  코로나19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모두 104개 프로젝트 투자 계약이 체결됐는데, 체결액만 우리 돈으로 48조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충칭시 개요[아주경제DB]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 도시, 충칭시 경제의 현주소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충칭 지역경제는 선방 중이다. 지난해 8%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평균 성장률도 훌쩍 웃돌았다. 올 상반기 성장률도 4%를 기록해 경제력으로는 ‘개혁개방 1번지’ 광저우도 추월했다. 광저우는 베이징·상하이·선전과 함께 중국 1선 도시로 꼽히는 도시다. 

실제 지난 2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찾은 충칭에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경기 침체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 돈, 물자가 몰리는 충칭시 경제 발전 현황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48조어치 계약 체결―서부 국제투자무역박람회

충칭국제박람중심에서 열린 제4회 서부국제투자무역박람회(WCIFIT).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WCIFIT 로고가 새겨진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배인선 기자]

지난 21일 개막한 서부국제투자무역박람회는 충칭시 경제 영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부국제투자무역박람회는 어느덧 중국 서부를 대표하는 간판 박람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중국 상무부, 수리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중화전국귀국화교연합회, 중국국제무역촉진회, 충칭시 정부가 공동 주최한 박람회는 ‘서부에 진출해 미래를 협의하자(走進西部,洽談未來)’라는 주제로 충칭국제박람중심에서 3박 4일간 열렸다.

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자 일곱 빛깔 리본띠로 이뤄진 박람회 로고가 새겨진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둥그런 지구촌을 형상화한 것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니 한자 ‘서쪽 서(西)’처럼 생겼다. 박람회 관계자는 “이 박람회는 서부 지역이 국제 투자·무역과 소통하는 중요한 교량으로, 충칭 대외 개방의 중요한 창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장 내 설치된 충칭 전시관. [사진=배인선 기자]

총면적 16만㎡ 면적의 거대한 박람회장에는 충칭관, 청위(成渝, 청두~충칭)경제권관, 국제협력관 등 지역 전시관을 비롯해 현대제조업, 자동차, 현대서비스업, 건강헬스, 전자상거래 등 12개 테마의 전시관이 마련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24개 국가 및 지역의 899개 기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했다. 

충칭시 경제 사회가 활기를 띠니 전국 각지,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박람회장 입구 건너편 언덕 잔디에 새겨진 논어의 '近者悅,遠者來(근자열, 원자래)'라는 문구와도 딱 들어맞는 듯하다. 가까이 있는 자를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자를 오게 한다는 뜻이다. 
 

박람회장 입구 건너편 언덕 잔디에 새겨진 논어의 '近者悅,遠者來(근자열, 원자래)'라는 문구. [사진=배인선 기자]

中서부 유일한 '첨단 과학연구 기지'―서부과학성
이번 박람회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한 지역 중 하나가 충칭시 중심부 서쪽에 조성 중인 ‘서부(충칭)과학성(科學城)’이다. 이번 박람회에서만 바이오헬스, 신에너지, 스마트자동차 등 방면에서 모두 220억 위안어치 투자 유치 계약을 유치했다. 

서부과학성은 중국 청위경제권 건설 계획에 따라 조성되는 서부 지역의 유일한 ‘첨단 과학연구 기지’다. 청위경제권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충칭을 함께 묶어 발전시키겠다는 중국 지역발전 계획이다. 2020년 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부 지역 질적 발전의 중요 성장점으로 발전시키라고 청위경제권 건설을 지시한 게 그 시작이다.

덕분에 서부과학성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서부(충칭)과학성 장쉐옌 홍보 담당자는 “그야말로 충칭 속도처럼 추진됐다. 선전 속도도 안 부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천시보다도 넓은 총 면적 1190㎢ 면적에 조성 중인 서부(충칭)과학성은 차세대 IT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인공지능·산업인터넷), 바이오헬스, 첨단기술 서비스, 저탄소·스마트 제조 등 4대 산업에 초점을 맞춘 하이테크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4대 산업을 모두 합쳐 5000억 위안 생산액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서부(충칭)과학성 과학기술 혁신의 '간판 프로젝트'는 진펑(金鳳)실험실이다. 총 5개 붉은 갈색 건물로 이뤄진 실험실은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초과학 혁신 연구 플랫폼으로, 스마트 병리·뇌과학 및 뇌질병·의학 진단검사 등 3대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이제 막 정식 운영을 시작했지만, 이미 중국 인체병리학 전문가인 볜슈우(卞修武) 중국과학원 원사가 이끄는 연구팀을 비롯한 8개팀이 입주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개발한 혁신 성과는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대학 등과 산학 협력을 통해 시장에 상용화된다. 특히 연구 성과 상용화로 창출된 수익의 70% 이상을 연구팀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더 많은 우수한 연구인력을 진펑실험실로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중 하나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부(충칭)과학성 과학기술 혁신의 '간판 프로젝트'로 불리는 진펑(金鳳)실험실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동서남북 육·해·공으로 뻗는 물류허브항구―궈위안항

충칭시 량장신구에 위치한 궈위안(果園) 항구. 중국 국가급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창장경제벨트의 연계점에 위치한 창장 상류의 최대 내륙 컨테이너항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실 충칭은 노트북·자동차의 도시로 잘 알려졌다. 올 상반기 충칭시 노트북 수출량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노트북 2대 중 1대는 '메이드 인 충칭'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밖에 스마트폰·자동차·오토바이 수출량도 전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부 내륙 도시임에도 무역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창장(長江) 상류에 위치한 충칭이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춘 물류 거점이기 때문이다. 

중국 40% 이상 인구와 경제를 포괄하는 11개 성(省)·시(市)를 지나가는 창장황금수로(長江黃金水道), 철도·해운· 도로가 연계된 복합운송을 통해 전 세계 107개국·315개 항구와 연결되는 육해신통로(陸海新通道), 유럽·중앙아시아 지역의 100여 개 도시로 향하는 중국~유럽 국제 화물열차,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으로 통하는 국제철도가 모두 충칭에서 교차한다.

특히 충칭시 량장신구에 위치한 궈위안(果園) 항구는 중국 국가급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창장경제벨트의 연계점에 위치한 창장 상류의 최대 내륙 컨테이너항이다.

철도·도로·수운·항공을 연계한 복합운송이 발달한 게 궈위안항의 최대 경쟁력이다. 2019년 9월 서부 지역에서 유일하게 국가급 물류허브로도 지정됐다. 5000톤(t)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16개 선석을 갖춘 궈위안항의 지난해 화물 물동량만 2087만t에 달했다.

지난 22일 방문한 궈위안항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화물선에 실릴 자동차를 실은 대형 트럭이 오가고, 드넓은 야적장에는 수많은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2016년 시진핑 주석도 이곳을 직접 시찰했다. 당시 그는 창장경제벨트 발전으로 충칭시 경제 발전 잠재력이 크다며 궈위안항을 두고 “여기에 큰 희망이 있다(這裏大有希望)”고 말한 바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의 말은 현실이 됐다. 올해 1분기 궈위안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만 19만8793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2016년과 비교해 275% 급증했다. 이 중 내륙 화물이 11만2897TEU 로 118.5% 증가했고, 특히 국제 화물이 8만5896TEU로 무려 6262.7% 급증했다. 사실상 서부 내륙의 국제 교역중계항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천모 궈위안항 인프라물류 담당 부장은 "충칭에서 상하이로 나르는 화물의 60%가 해외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상하이~충칭 전용항로가 생겨 해관 사전신고, 신속 보안검사 등을 통해 수출입 화물이 번거로운 절차 없이 곧바로 하역·선적될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충칭에서 상하이까지 화물을 나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의 11~12일에서 8~9일로 단축됐다고 덧붙였다. 
 
전국 코로나 난리에도···충칭은 '불야성'

충칭(重慶)시 최대 번화가인 훙야둥(洪崖洞) 앞 강변 거리. 밤 늦은 시각까지 관광객 인파로 붐빈다. [사진=배인선 기자]

충칭은 상하이·베이징·광저우·톈진과 함께 지난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육성하겠다는 국제소비 중심도시로도 선정됐다. 내륙·중서부 도시 중 유일하게 뽑힌 것이다. 

국제소비 중심도시 명성에 걸맞게 충칭은 최근 국제쇼핑, 미식, 컨벤션, 문화, 관광 등이 빠르게 발전하며 소비도 활황을 띤다. 덕분에 지난해 충칭시 소매판매는 1조3967억70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했다. 전국 평균 수준보다 6% 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충칭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지난 2년여 간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00여 명에 불과하다. 전국 각지 관광객이 충칭에 몰리는 이유다. 

충칭시 장베이 국제공항의 올 상반기 여객수송량만 1162만명으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여름철에만 모두 5만대 이상 항공편이 이착륙해 630만명 여객을 운송할 계획이다. 사실상 코로나19 발발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충칭은 중국의 ‘불야성’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중국에서 야간경제가 가장 발달한 도시로 꼽혔다. 

실제 늦은 밤까지 충칭 시내를 가로지르는 창장과 자링강 변 빌딩숲 야경은 마치 홍콩의 화려한 야경을 보는 듯 장관을 이룬다. 지난 21일 밤, 찾은 충칭시 간판 놀이공원 환러구(歡樂谷) 인근의 식당들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야외 테이블마다 마라룽샤(민물가재 볶음),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등 야식을 먹는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식당 주인은 매일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귀띔했다. 
 

야간경제가 발달한 충칭에서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식당 야외 테이블마다 야식을 먹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배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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