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비상] 무더위 본격화에 전력 예비율 뚝…블랙아웃 우려

2022-07-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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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로 주춤했던 냉방기구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전력 여유분을 보여주는 공급예비율이 하루 새 20%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장마 끝…이번 주부터 다시 불볕더위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서울을 비롯해 세종·울산·부산·광주·대전 등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2일 이상 35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되면 발령한다.

장마가 지난 주말 사실상 끝나면서 이 같은 무더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낮 최고기온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올라 무더운 곳이 많겠다"며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불볕더위가 다시 시작되면서 전력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공급예비율은 17%에 그치고 있다. 전날(37.9%)보다 2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이다.

공급예비율은 당일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용량인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공급예비력을 다시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를 뜻한다.

전력 여유분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공급예비율이 낮아지면 전력 수급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상 10% 이상을 유지해야 비상 상황 등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정부는 전력 공급예비력이 5500메가와트(㎿) 밑으로 내려가면 비상경보를 발령한다. 비상경보는 △1단계 '준비'(5500㎿ 미만) △2단계 '관심'(4500㎿ 미만) △3단계 '주의'(3500㎿ 미만) △4단계 '경계'(2500㎿ 미만) △5단계 '심각'(1500㎿ 미만) 순으로 내려진다.

전력 비상경보 발령은 2013년 8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예비력이 낮아져 공급예비율이 떨어지면 전기가 완전히 끊기는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순환 정전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에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열대야에 전력 사용량 최고치 경신

아직은 예비율이 한계선을 웃돌고 있지만 열대야를 비롯한 무더위가 이어지면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공급예비율은 9.5%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른 무더위 탓이다. 같은 달 27일 새벽 서울에선 '6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에서 6월 열대야가 발생한 건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경기 수원과 대전, 광주 등에서도 같은 날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이로 인해 낮은 물론 심야에도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량이 껑충 뛰었다.

이달 초에도 열대야 등 영향으로 공급예비율이 10%를 밑도는 날이 사흘간 계속됐다. 지난 5일 9.5%로 떨어진 공급예비율은 6일 8.7%, 7일 7.2%로 내림세를 이어가다 8일(15.6%)에야 10%대를 회복했다.

지난 7일 오후 5시엔 최대전력 수요가 9만2990㎿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기록도 세웠다. 기존 최고치는 2018년 7월 24일 오후 5시에 기록한 9만2478㎿였다. 정부가 예상했던 올여름 전력 최대 수요 시기가 한 달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둘째 주에 9만1700~9만5700㎿를 기록하며, 올여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6월에는 월평균 최대전력이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인 7만1805㎿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앞줄 왼쪽 2번째)이 24일 오후 전남 나주에 있는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급예비율 10% 이하 위기…정부 대책마련 분주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부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겠지만 당장은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이날 발표한 '주간 전력수급 실적·전망'에서 "7월 4주(25~29일)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공급예비율은 전주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소는 이 기간 전력 공급능력은 9만8937~10만142㎿인데 반해 수요는 8만5200~8만9500㎿로 예비전력은 1만552~1만3737㎿, 예비율은 11.8~16.1%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주 공급예비율은 △18일 16.9% △19일 17.5% △20일 16.3% △21일 21.5% △22일 24.3% 등이었다. 주말인 23일과 24일엔 각각 37.3%, 37.9%까지 높아졌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며 공급예비율 내림세가 뚜렷해지자 정부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주부터 8월 셋째 주까지 약 4주간 무더위가 본격화하며 전력 수요가 급증, 전력 예비율이 5.4~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정부는 예비전력 9200㎿를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 시기인 8월 둘째 주의 최저 예비전력이 5200㎿로 예측되자 내놓은 방안이다.

이달 초부터는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전국에서 시행 중이다. 제도에 참여한 전체 세대·단지의 에너지 평균 절감률보다 높은 세대와 아파트 단지에 6개월 단위로 캐시백을 주는 사업이다.

아파트 단지는 절감량에 해당하는 구간별로 20만~400만원을, 세대는 절감량 1킬로와트시(㎾h)당 30원을 돌려받는다. 그간 세종·전남 나주·충북 진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해왔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중심으로 수급 체계 관리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지난 24일 전남 나주에 있는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정부는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 수급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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