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반도체 산업에 총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조만간 처리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을 견제하는 반도체 동맹인 '칩4'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상원이 25일 반도체 산업 육성법안 토론에 대한 종결 투표를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대규모로 육성하는 법안을 각각 상·하원에서 발의해 처리를 추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 등을 놓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에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며 난관에 봉착해 왔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법안에서 반도체에 대한 520억달러 지원 부분만 별도로 떼어내서 입법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지난 19일 육성법안 토론 투표가 가결됐다.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데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견제가 본격화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텍사스에 공장을 증설키로 한 삼성전자 등이 가장 큰 수혜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텍사스에 최대 약 25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혔다.
오는 25일 예정된 투표에서 민주당이 60표 이상을 확보하면 해당 법안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없이 곧장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WP는 이르면 26일이나 27일께 투표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원 투표가 마무리되면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가 심사를 이어간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 50석과 공화당 50석으로 정확히 양분돼 있다. 여기에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 소속된 버니 샌더스 의원이 포함된 점이 법안 통과의 변수로 꼽힌다. 샌더스 의원은 반도체 산업을 도울 필요성에 대해 듣지 못했다며 기업을 도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총기 안전 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 19일 토론 표결 당시 64표의 찬성을 끌어낸 만큼, 어느 정도 동력을 이미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이 법안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 가까이는 한국(28%)을 비롯해 대만(22%), 일본(16%), 중국(12%) 등 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상원 의원들은 외국 공급업체에 의존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질 것을 우려해 법안을 제출했지만 반도체 업계는 해당 법안으로 오히려 성장을 막지 않을지 우려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