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은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다. 과반이 참여했지만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들이 대거 표결을 보이콧하면서 내각이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범좌파로 분류되는 오성운동(M5S)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드라기 총리는 연설에서 좌우 정당에 거국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정당이 대거 표결에 불참하면서 결국 드라기 총리가 주도하는 거국 내각 현실화는 불가능하게 됐다.
안 그래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지도력 있는 총리로 인정받았던 드라기가 사임하면서 이탈리아를 둘러싼 정치·경제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 분열은 오성운동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에너지 비용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한 새로운 법령에 반대하면서 가속화했다. 이탈리아 외회는 광범위한 정책안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지만 오성운동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거부하면서 다른 당들의 반발을 샀다.
드라기 총리 사임 소식에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은 치솟았다. 연초 1% 수준이었던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쯤 3.6350%까지 상승했다. 주식시장도 2%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누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 분열까지 이어지면서 이탈리아 경제 회복을 더욱 짓누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