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카드칼럼] 대통령 생사 가른 그날의 2초 ··· 응급실 뒤집은 레이건의 유머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7분, 워싱턴 힐튼 호텔 인터내셔널 볼룸(Interantional Balloom)에서 오찬 연석을 마치고 나오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위해 잠시 멈추었을 때였다. 한 기자가 질문을 시작하려는 순간, 바로 근처에서 갑자기 총탄 소리가 들려왔다. 6발의 총알이 날라왔는데, 비밀요원 제리파(Jerry arr)는 첫 번째 총성이 울린 것과 거의 동시에 대통령을 방탄 리무진 차 안으로 밀쳐넣었으며, 다른 비밀요원인 팀 매카시(Tim McCarthy)는 총알받이가 되어 리무진 앞을 가로막았다.


 

 

 

여섯번 째 마지막 탄환은 방탄차를 튕겨 레이건의 겨드랑이를 뚫고 들어갔다. 당시 취임한 지 두 달을 갓 넘긴 70세 고령의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당하는 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가까스로 피했다. 그리고, 이 암살 미수 사건은 그의 인기와 지지율을 치솟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덕분에, 그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힘에 의한 미국의 재건’과 각종 국가 개혁 프로그램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당시 총격의 저격범은 정신병력이 있는 대학 중퇴자 존 힝글리 주니어였다. 그는 이후의 재판에서 심신 상실 상태를 인정받아 형사 처벌 대신 워싱턴에 있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치료를 받았다. 그는 2016년부터 당국의 보호관찰 아래 자택에서 노모와 함께 지냈으며, 지난달 자택 보호관찰에서도 풀려나 67세인 현재는 41년 만에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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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글리가 발사한 첫 탄환은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의 왼쪽 눈 위 이마를 뚫고 들어갔다. 그는 수술과 재활을 거듭한 결과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말을 심하게 더듬는 반신불수가 됐고, 휠체어에 의지해 여생을 보내야 했다. 그의 아내인 새라 브래디는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 전국을 돌며 총기 규제 운동에 앞장섰다. 그들 부부는 제대로 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총기규제법 추진을 위한 여론 형성에 앞장섰다. 이후 미국 의회는 총기 구입자에 대한 전과 조회를 위해 대기 기간을 의무화한 ‘브래디 총기 통제법’을 탄생시켰다. 

 

 

 

이 사건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레이건 대통령의 ‘응급실 유머’이다. 그는 이미 내부 대량 출혈로 40%에 달하는 혈액을 잃은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수술을 담당한 의사 조셉 지오다노에게 “당신은 공화당원입니까?” 라고 묻거나 “오늘, 우린 모두 공화당원입니다.” 라고 말했다. 또 지혈을 하기 위해 손을 댄 간호사들을 보고는 “우리 낸시(아내)에게 허락을 받았냐?” 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인 낸시 여사에게도 “여보, 고개를 수그려야 하는데 총을 피한다는 것을 깜빡했어(Honey, I forgot to duck)” 라며 다독였다. 그뿐만 아니다. 응급실에 모인 침통한 표정의 보좌관들과 경호원들에게 “할리우드 배우 시절 내 인기가 이렇게 폭발적이었다면 배우를 때려치우지 않았을 텐데” 라고 말해 응급실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힝클리의 총격 사건은 레이건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크게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도 번뜩이는 유머로 국민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집권 8년간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소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최대 무기는 그의 뛰어난 대외 소통 능력이었다. 


 

 

그는 작은 정부를 내세운 소위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미국을 친시장 경제로 복귀시키고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반규제·친시장·친기업정책을 주도했다. 그의 집권 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미국에서 사라졌던 낙관주의, 역동성,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난 것은 분명하다. 레이건 대통령의 퇴임 시 지지율은 63%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날, 총격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카드제작=김양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