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재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주된 요인인 만큼 통화 스와프 체결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미 재무장관 회의서 '통화 스와프' 직접 언급은 없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외환시장에 관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관련 이슈에 적절히 협력하기로 했다. 추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다만 양측은 당장은 외환시장 안정책이 필요할 만큼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양국 장관은 "대외 요인에 의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증가했으나 외환 건전성 제도 등에 힘입어 한국 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체결되면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 기대
국내에서는 이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까지 치솟았고,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기대해볼 수 있다. 통화 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양국이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급격한 외환 유출로 국내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다. 우리로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환율이 계속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6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16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 투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은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확대하는 모양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외환보유액을 10조원 가까이 소진해 불안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환율도 1300원대를 넘어 1400원대까지 갈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원화 가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 스와프만으로 방어가 가능한 건 아니지만 만약의 순간에 우리나라가 달러를 가져다 쓸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외환시장에 과열된 달러 매수 심리가 한풀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역내외에서 달러 매수(롱) 심리가 과열되면 계속해서 환율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
'물가 안정' 과제 받아든 美 행정부도 부담
반면 통화 스와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달러를 빌릴 때 정해진 환율에 이자도 함께 갚아야 하는 만큼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되레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현재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요인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다. 미국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섰는데, 당분간 긴축 모드가 계속되면 우리로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미국도 통화 스와프 체결 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로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현상은 미국 수입물가를 낮추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미국으로서는 한국 제품을 싼값에 살 수 있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굳이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수입물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