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단절시켰던 창경궁과 종묘가 90년 만에 연결돼 시민에게 개방된다. 창경궁과 종묘를 단절시켰던 율곡로를 지하화한 것으로, 기존 율곡로는 축구장 크기(약 8000㎡) 녹지축으로 조성돼 양측을 이었다.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 담장 503m와 북신문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궁궐 담장은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으로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복원된 담장·녹지와 새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은 22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
2000년 고도 서울 역사를 바로 세우고 문화적 품격을 높이자는 취지다.
특히 이 사업은 10여 년 전 오세훈 시장이 시민에게 한 약속이다. 복원 사업 첫 삽을 2011년 5월 오 시장이 떴다. 오 시장은 개통 하루 전인 21일 오후 3시 시민 개방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역사 복원은 과거 동궐(창덕궁‧창경궁)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일제가 율곡로를 개설하면서 섬처럼 분리돼 버린 종묘를 선조들이 계획하고 건설했던 공간으로 되돌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 신위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종묘와 사직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당초 종묘와 동궐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조선총독부가 광화문 앞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지나 조선총독부의원(서울대병원 전신인 대한의원, 국권을 빼앗긴 뒤 개명) 앞을 통과하는 도로를 만들며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구름다리(관덕교, 철거 후 잔재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를 놓았다.
일제는 풍수지리상 북한산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게 돼 있는 것을 도로 신설과 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끊어버렸다. 주산(主山)은 창덕궁과 종묘 사이 동산으로, 두 지역을 힘 있게 이어주고 있었음을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경궁~종묘 역사 복원이 완성됨에 따라 인근 청와대,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다음 달 6일 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과 녹지공원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까지 서울 도심이 역사‧문화‧예술‧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