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첫 해외출장에서 세계경제의 분절화와 이에 따른 복합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미·중 무역갈등, 서방국가-러시아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각국이 힘을 모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위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세계경제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불안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각국이 어려움에 대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할 때"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물가안정은 각국의 민생안정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정책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WTO 자유무역체제에서 빠르게 성장해온 만큼 분절화된 글로벌 경제구조는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다. 원자재 가격상승, 세계경제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미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19~20일 한국에서 양국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G20 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을 만나서는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를 조장하는 수출제한 대응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 물가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서 "단기적으로는 농산물 수급 등의 문제로 물가가 불안할 수 있겠지만 6%를 상회해 7~8% 수준까지 상당기간 고정화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유럽처럼 고물가가 기조적으로 안착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월 4%대에서 5월 5.4%를 기록한 뒤 6월엔 6.0%까지 올랐다. 시장에선 7월 물가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월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이 막바지인 만큼 재정 정책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추 부총리는 "전반적인 재정운용은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전체적 틀은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민간이 활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쪽으로 (예산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