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1폰 2번호 시대' 9월부터 열린다...전화·데이터 따로 요금받는 모습 일상화될까

2022-07-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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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내장

음성·데이터 분리 때 통신 요금 절감 효과...업무·개인 번호 분리 등 다양한 활용 기대

구형·저가 단말기 적용 불가...번호고갈 등도 숙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9월 1일부터 이용자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두 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국내에서 차세대 유심(USIM)인 'e심(embedded SIM)'을 상용화하기 때문이다. e심은 스마트폰에 전자적으로 내장된 유심이다. 이용자들은 앞으로 하나의 스마트폰에 유심 카드를 넣고 e심으로 추가 번호를 부여받는 형태로 두 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e심이 활성화되려면 특화 요금제 출시 등 두 개의 전화번호 요금제가 중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e심이 활성화되어 두 개의 전화번호가 일상화되면 포화 상태인 이동통신 번호(010)가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020' 번호 도입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9월 상용화 코앞...정부·이통사·제조사 대응 분주 

10일 관련 업계는 e심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대응에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유심의 정의를 기존 플라스틱 카드 칩에서 소프트웨어 방식의 e심으로 확장했다. 이와 함께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혜택 제공 기준도 개정해 2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이 중복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e심 도입을 위한 법적·행정적 준비가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이동통신 3사도 e심 상용화를 위한 전산 시스템 고도화를 7월 말에서 8월 초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e심이 상용화되면 하나의 단말기에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가 두 개 부여되는데, 하나의 IMEI에 도난 신고와 같은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다른 IMEI도 정지되도록 연동할 방침이다. 8월 이통3사 통합 시험 운영을 한 후 9월부터 이상 없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도 국내향 단말기에 e심을 탑재한다. 8월 말 언팩 행사를 통해 발표하는 신형 단말기 '갤럭시Z 폴드4·플립4'가 e심이 적용된 최초의 국내향 단말기가 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해외향 갤럭시Z 폴드3·플립3와 갤럭시S22 시리즈에 e심을 탑재했으나, 국내에는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 e심을 제외하고 단말기를 출시해왔다. 애플이 국내에 출시한 아이폰12·13 시리즈는 e심이 포함되어 있어 제도가 활성화되면 즉시 e심을 이용할 수 있다.

당초 e심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환경오염이 심한 유심 카드를 없애기 위한 ESG 차원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현재는 유심 카드와 e심을 함께 사용하는 차세대 '듀얼심'으로서 논의가 더 활발하다. 해외에선 하나의 이동통신사가 모든 지역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스마트폰의 듀얼심이 보편화됐으나, 국내에선 하나의 이동통신사가 전 국토에서 음영 지역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듀얼심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e심이라는 형태로 듀얼심 도입이 확정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중 47%가 e심을 내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도 "2025년까지 전 세계 통신 사업자 중 90%가 e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DB]

◆통신요금 절감효과 기대...실효성 마련 위한 음성·데이터 분리 필요

9월 e심이 도입됨으로써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번호와 가입 사업자를 유지하면서 통신요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통신요금 절감을 위해 알뜰폰으로 이동할 경우 유무선 결합할인, 본인인증, 멤버십 할인 등 이통3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e심이 활성화되면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에 가입해 기존 번호와 혜택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통3사와 알뜰폰의 저가 요금제에 추가 가입함으로써 통신요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e심 도입과 확산 촉진으로 알뜰폰 이동을 제고하고, 듀얼심 지원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기정통부와 기재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통신 요금제는 음성과 데이터 요금이 일체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와 알뜰폰의 저가 요금제를 결합하면 이통3사의 고가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7월 말에서 8월 도입이 예상되는 5G 중간 요금제가 상용화될 경우 두 개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동통신 요금제 구성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성과 데이터를 분리해서 저렴한 음성 전용 요금제와 데이터 전용 요금제가 출시되어야만 e심 도입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e심 도입에 따른 효과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에 따르면 e심은 △한 번호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번호는 개인용으로 사용하기 △해외 또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 시 현지 데이터 요금제 추가로 사용하기 △음성 요금제와 데이터 요금제를 따로 사용하기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e심을 활성화하면 전화를 걸 때 두 개의 번호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업무용, 다른 하나는 개인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일과 업무를 분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두 개의 번호로 들어온 전화와 메시지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갈 때 국내 번호는 e심으로 남겨두고, 해외 선불 유심을 구매해서 넣음으로써 국내와 연락을 유지하면서 통화와 데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e심을 활성화한 모습 [사진=애플]

◆구형 단말기 이용 불가...교체 전까지 활성화 어려워

업계에 따르면 e심 활성화를 위한 벽은 아직 높다. 가장 큰 벽은 이용자들의 단말기 교체다. e심 모듈이 내장되지 않은 구형 스마트폰에선 e심을 이용할 수 없는 만큼 구형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오는 내후년은 되어야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단말기만 e심을 지원하는 문제도 있다. e심 모듈 가격이 높아 많은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에만 e심을 내장한다. 중저가 스마트폰에는 e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단말기 제조사도 e심을 내장한 단말기를 출시하는 것에 아직은 소극적이다. 이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 아직 e심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통신사들이 e심을 스마트워치용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켄 하이어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이사는 "e심 단말기 출시가 제한적인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중국에서 e심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이 기술을 지원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굳이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e심을 지원하는 이통사의 비율은 적다. 현재 주요 이동통신사가 모두 e심을 지원하는 곳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일부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9월부터 주요 이동통신사가 모두 e심을 지원한다.

◆두 개 번호 일상화되면 번호 고갈 현실화...대책 마련해야

e심이 활성화됨으로써 '번호 자원 고갈'이라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5월 기준 이통3사가 보유한 번호(SK텔레콤 3380만개, KT 2456만개, LG유플러스 1556만개) 가운데 평균 80% 이상이 개통되어 사용 중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유 번호 중에 SK텔레콤은 88.5%, KT는 75.1%, LG유플러스는 77.4%가 개통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e심이 활성화되어 국민 중에 30% 정도가 두 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게 될 경우 기존의 010 번호 자원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가 예비로 보유한 번호를 시장에 풀거나, 020 번호 도입을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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