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홍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8월 28일 새 지도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선거 패배에 따른 실망감이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부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까지 속절없는 3연패를 당했다. 아니 초래했다. 국민의힘이 강력하고 무섭기보다 민주당이 무기력하고 유약해서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광주광역시 투표율은 고작 37.7%밖에 되지 않았다. 유권자 3분의 1 정도밖에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주당에 대한 혹독한 심판’의 결과다.
또 하나의 이유는 8월 28일 전당대회 결과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전당 대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두 달여 남은 다수당의 행사지만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 생) 출신인 강병원·강훈식·박주민·박용진 의원 등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고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지만 지지층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 룰이 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하든 아니면 대위원이나 권리당원 등으로 구성되든 전당대회 대세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이재명 의원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참여 후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거의 이 의원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반이재명 성격의 친문계인 전해철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이 의원의 출마 포기를 사실상 종용했지만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97그룹의 단일화 주장이 나오지만 세력 결집을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반이재명 성향의 세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팬덤 세력인 ‘개딸(개혁의 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 그리고 친명계 세력의 배타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당내 다른 정치 세력과 협력할 ‘정치적 교집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분석해 보더라도 이재명 지도체제에 대한 불만 세력은 사라지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8일 공표·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41%, 다수당인 민주당 30%로 나타났다. 지역별 사정은 전체 결과와 또 달랐다. 서울은 28%, 충청은 22%로 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 TK(대구·경북) 지지율은 13%, PK(부산·울산·경남)는 22%밖에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가 바로 내일이라면 당선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되면 당이 더 일사분란하게 유기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지만 이재명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지나친 친명계 독주 체제 반발과 견제로 인해 당이 쪼개질 거라는 위협론까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지금 정당의 지지율 수준을 보면 서울과 영남 그리고 충청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의원을 비롯한 구성원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법하다.
양강 구도 정치 환경 속에서 다수당의 유리한 고지를 버리고 분당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초점을 두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친문(친문재인)계, 반명(반이재명)계, 혁신계 목소리가 쌓여간다면 ‘어대명’ 시대 도래가 화합과 결속보다 ‘분당’으로 가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천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