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숨통 트였지만 하반기 돈맥경화 우려 여전

2022-07-07 18:00
  • 글자크기 설정

6월 스타트업 신규 투자 178건·금액 1조3893억원…올 들어 최대

글로벌 투자 감소·증시부진 여파 IPO 위축 등 돈맥경화 우려 여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월 국내 스타트업 신규 투자와 건수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투자가 얼어붙은 가운데 스타트업들이 숨통을 트이게 됐다. 다만 글로벌 투자 감소와 증시 부진에 따른 기업공개(IPO) 위축 등 ‘돈맥경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6월 국내 스타트업 신규 투자는 총 178건으로, 투자 금액은 1조3893억원으로 조사됐다.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투자 건수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콘텐츠와 소셜 분야였다. 여가와 여행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최대 투자 금액인 7800억원가량을 투자받은 가상자산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 델리오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델리오는 글로벌 가상자산 전문 투자기관인 쓰리애로우즈캐피탈과 블록파이로부터 6억 달러(약 7779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델리오는 자사 서비스에 이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투자 개념보다는 협업을 위한 공급계약에 가깝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델리오는 가상자산으로 자금 대여를 받은 것에 가까워 데이터 스크린 과정에서 벤처투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집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1월 1조2552억원, 2월 1조1347억원, 3월 7625억원, 4월 1조2489억원, 5월 757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스타트업 연간 투자액이 12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뒤 매달 1조원 이상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와 달리 투자가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창업 이후 성장한 스타트업이 IPO,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인 스타트업 엑시트도 예전만 못하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M&A 금액(미공개 건 제외)은 1조1528억원으로 전년 5조680억원 대비 340%가량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코스피 3곳, 코스닥 29곳 등 총 32개사로 작년 상반기 40개사보다 20% 줄었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철회한 여파다.
 
연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야놀자는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장외시장에서 11만5000원을 기록했던 야놀자 주가는 이달 6일 기준 6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마저 상장을 철회하는 등 IPO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 예전 같지 않은 투자 열기…인력 구조조정 불안감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투자 경기 위축으로 일부 스타트업에서 직원 감원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 회사인 베스파의 김진수 대표는 지난 5일 자사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 공식 카페를 통해 “다수의 가족과 안타까운 이별을 했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해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마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년 전 직원의 연봉을 1200만원씩 올려줬던 베스파는 지난달 말 직원 105명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패션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A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인원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월급이 밀리거나 인력이 대폭 감축된 스타트업에 대한 내부 고발 글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여러 스타트업들은 적자인 상황에서 투자금을 인건비로 활용하고 있는데, 투자가 줄어든다면 인건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스타트업계에서도 감원 태풍이 불고 있다. 게임 포켓몬고를 만든 미국의 나이앤틱은 전체의 8%인 9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정리해고 현황을 추적해주는 ‘해고 추적기’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299개 스타트업에서 4만6783명이 해고됐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고 여러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자금이나 모태펀드를 확대해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