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2분기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를 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줄면서 실적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에 건전성 강화와 예대마진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주요 시중은행장과 만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꼬집었다. 지난 23일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에선 “금리 인상 충격으로 금융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은행들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마진의 덕을 본 건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조달금리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4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5%포인트로 최근 1년간 0.3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예대금리차가 15%나 상승한 것으로, 같은 기간 대출이 5% 증가했다면 이자부문 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볼 때 20% 이상이나 증가한 셈이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자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해 비경상적 요인이 사라진 탓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허가 등 규제 완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저원가성예금 이탈 우려가 커지자 은행채 조달이 늘어나면서 은행채 조달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저원가성예금 이탈로 은행의 NIM이 하락 반전할 경우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급증할 수 있는 대출자의 채무 재조정, 충당금 적립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NIM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은 은행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나 가계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 발생할 법한 손실을 미리 계산해 쌓아두는 돈이다. 이 돈은 재무제표에서 수익과 별도로 잡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쓸 수 없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은행 수익마저 현재 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하반기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영수 이사는 “정부가 금융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점인 만큼 향후 은행의 이익이 정부의 정책적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은 별도의 TF를 구성하는 등 은행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충당금이 이익의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