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18차 당 대회 이래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적인 지도력의 보증 아래 당의 지도체제를 완성하고, 당의 지도 방식에 과학적 사고를 추가해서…전체 당과 전군, 각 민족 인민들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 더욱 긴밀히 단결해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지난 100년 동안 거둔 승리와 영광을 바탕으로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들은 더욱더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획득할 것이다.”
그랬던 것이 불과 3개월 후인 지난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푸틴이 러시아 침공을 단행하기 전에 2월 4일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관계를 “한계가 없는 우호관계, 금지구역이 없는 협력관계(兩國友好沒有止境, 合作沒有禁區)”, 영어로는 “without limits, without restriction”으로 규정했다. 시진핑의 그런 결정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더구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기간에 매듭을 못 짓고 3개월을 넘기는 상황으로 장기화되자 시진핑의 외교적 결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거기에다가 mRNA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한 중국 백신으로 방역이 안 되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상하이와 베이징에 확산되고, 지난 3월 28일 오후 5시 상하이 도시봉쇄가 단행되자 시진핑이 주도한 이른바 제로방역(動態淸令)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로 한 시진핑의 결정은 관영 중국 중앙TV의 전쟁보도 흐름을 러시아 미디어들과 같은 흐름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행동”,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잡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식인들과 외교관들은 그런 미디어 흐름을 거슬러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이 지원하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를 중국 바깥으로 내보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칭화(淸華)대 국제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은 지난 5월 2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중국의 우크라이나 수수께끼(China's Ukraine Conundrum)"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옌쉐퉁은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을 전략적 궁지(strategic predicament)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하고, “더구나 그 전쟁은 수십억 달러에 상당하는 중국의 무역을 좌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긴장을 높이고, 중국인들을 러시아 지지파(pro-Russia)와 반대파(anti-Russia) 진영으로 가르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WSJ은 1962년 류샤오치가 개최한 7000인 대회는 결국 4년 후의 문화혁명으로 류샤오치가 지방 도시로 쫓겨나 폐렴으로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진 사실을 언급하면서 “만약 리커창의 이런 노력에도 중국경제가 실패로 귀결될 경우 리커창이 속죄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미디어나 국제정치 전문지들은 이처럼 올가을의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 내에는 시진핑의 3연임에 불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면서, 시진핑의 대항마로 리커창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5월 28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이념과 경제번영(Ideology versus prosperity): 시진핑은 어떻게 중국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나'라는 시진핑의 3연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시진핑이 주도해서 28개월 동안 강행되어온 제로방역의 결과 경제성장률이 과거의 5분의 1로 축소되면서 부동산 거래액도 47%나 줄어들었다”고 추산하면서 “올해 68세가 된 시진핑이 2027년까지 권력 유지를 추구하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에서 1인 통치의 단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의 러시아 외교를 지원하던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14일 국가라디오TV총국의 부국장으로 전보되는 일이 벌어져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 인도 대사와 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올해 59세의 러위청은, 대미 외교 전문가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과 아시아통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에 이어 중국 외교계 3인자로 평가되다가 지난 2월 4일 푸틴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과정을 주도한 후 외교부를 떠나 라디오TV총국의 국장도 아닌 부국장으로 좌천돼 베이징 외교가에 충격을 주었다. 러위청의 좌천은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에서 중·러관계를 “한계도 없고, 금지구역도 없는 관계”로 규정했으나 푸틴의 러시아 침공이 장기화 되면서 옌쉐퉁의 말처럼 중국 외교가 ‘전략적 궁지’에 빠지게 된 데 대한 문책일 가능성도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 21일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개최되고 관영매체에 보도된 정치국 집체 학습에 18명의 정치국 정위원 가운데 7명이나 결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 내부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부패 투쟁을 주제로 한 이 회의는 관영 중앙TV를 통해 회의 장면이 공개됐는데 홍콩과 대만에 널리 알려진 중국어 유튜버 장썬저(江森哲)가 회의 화면을 분석한 결과 이 회의에 국무원 부총리 쑨춘란, 상하이 당서기 리창(李强), 톈진(天津)시 당서기 리훙중(李鴻忠), 베이징시 당서기 차이치(蔡奇),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양제츠, 중앙군사위 부주석 쉬치량(許其亮), 장여우샤(張又俠) 등 모두 7명이 결석한 것으로 추정됐다. 관영 중앙TV도 이 정치국 집체학습 회의를 보도하면서 관례를 어기고 불참한 정치국원들의 이름을 전하지 않았다. 당 대회를 불과 3~4개월 앞두고 중국공산당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비정상적 시그널들이 과연 지난해 11월 6중전회 이래 대세로 자리잡아온 시진핑 3연임 결정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관전(觀戰)의 포인트다.
[미니 박스]
중국공산당 전당대회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한 번씩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10월 또는 11월에 개최 예정인 제20차 전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는 모두 2300명의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 전역 38개 선거구에서 당대표 선거가 진행 중이다. 전국에서 선출된 당대표들은 베이징에 모여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5년 임기인 중앙위원들은 자신들 가운데 30명 안팎으로 구성될 정치국, 10명 미만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당총서기 1명을 선출한다.
올해 당대회에서 결정해야 할 핵심 의제는 시진핑(習近平) 당총서기의 3연임 여부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로 선출됐고, 2017년 두 번째로 선출됐다. 2019년 말 현재 중국공산당원은 9191만여 명이다. 1억명에 가까운 중국공산당원과 14억의 중국인을 통치하는 당총서기 임기는 5년이고, 두 번씩 중임해온 것이 지난 40여 년간 중국공산당의 관례였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래 1976년 9월까지 27년간은 마오쩌둥(毛澤東) 1인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 마오 사후에 권력은 프랑스 유학파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넘어갔고, 덩은 1인 지배 체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68세 이후에는 새로운 권좌에 취임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이 규정에 따라 장쩌민(江澤民‧ 1989~2002), 후진타오(胡錦濤‧2002~2012) 두 명의 총서기가 두 번의 5년 임기를 마치고 권좌에서 내려왔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