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웹툰②] 우울증에 생활고까지...불법유통에 작가 매출 '뚝뚝'

2022-06-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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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3년 전보다 무려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고공 행진 중인 웹툰의 인기 그 이면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다. 유료 웹툰이 복제돼 무료 서비스되며 불법 도박이나 대부업체의 이른바 '미끼'가 된 것이다. 웹툰 불법 유통 시장 피해 규모는 무려 5500억원. 하지만 불법 유통의 진원지는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제도적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아주경제는 세 차례에 걸쳐 K-웹툰 불법 유통 실태를 짚어보고 그로 인한 피해와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조명해본다.

◆ 글 싣는 순서
① [단독] '제2의 밤토끼' 행방 오리무중, 불법사이트 7곳 수사중지
② 우울증에 생활고까지···불법 유통에 작가 매출 '뚝뚝'
③ 불법 유통 5000억 시대···국제공조·징벌적 손해배상 등 대안
 

웹툰 불법유통사이트 [사진=인터넷 캡처]

도박으로 유인하는 웹툰 불법유통사이트 [사진=인터넷 캡처]

"불법 유통 사이트에 웹툰이 올라가는 순간 너무 힘들어서 중증 우울증이 오는 건 기본이고 수입이 몇 배는 줄어들어서 MG를 상환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다가 중증 환자가 돼 오신 분도 있어요. MG, 이게 양날의 검이에요." A작가

불법 유통 사이트에 웹툰이 올라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작가의 매출액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최소 수익 약정인 미니멈 개런티(MG·Minimum Guarantee)를 감당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작가들이 있는 등 이른바 '불법 웹툰 재앙'이 들이닥쳤다고 업계는 강도 높게 토로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의 트래픽은 2017년 106억 뷰에서 2020년 366억 뷰로 약 3.5배 증가했다.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불법 유통 사이트 트래픽은 2017년 밤토끼 등장 이후 2018년 51%, 2019년 약 64.6%, 2020년 약 39.1% 증가하는 등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 "불법 웹툰으로 매출 70~80% 감소"···우울증 다반사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해마다 늘어나는 불법 웹툰에 작가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작가들이 평균적으로 하루 10.5시간씩, 일주일에 5.8일 동안 그림을 그려 플랫폼을 통해 웹툰을 유료로 제공하면 도박이나 사채 사이트 등에서 웹툰을 불법 복제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웹툰 불법 유통 시장 피해 규모는 약 5488억원에 이른다.

불법 웹툰을 발견한 작가들은 심각한 스트레스나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만화가협회가 작가 7명을 상대로 매출액을 조사해보니 불법 웹툰 유통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매출이 70~80% 감소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불법 유통 피해를 본 30대 후반에 기혼인 B작가는 "우울증이 심해져 행복회로의 정반대인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리회로를 돌리기 시작한다"며 "일을 해도 대가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으니 의욕 문제가 아니고 세상이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싫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불법 유통 피해를 본 20대 중반인 C작가는 "저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12~14시간씩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하루 이틀 지나니까 **코믹스에 바로 떴다"며 "정신적으로 허탈감이 느껴지고 위경련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웹툰 불법 유통에 '업계 불공정' MG 제도로 생활고 가중
웹툰 작가들은 플랫폼이 작가에게 향후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미리 배분해주는 MG 계약 방식이 '양날의 검'이라고 비판한다. 작가들은 작품을 플랫폼에 기고한 뒤 수익을 얻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MG 제도를 통해 대출이나 월급처럼 수익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가령 플랫폼과 작가 간 수익 분배가 50대 50 계약일 때 미리 지급된 MG의 2배인 이익을 다 채우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빚이 되는 구조다. 200만원을 MG로 받으면 4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선지급된 금액을 상환하지 못하면 작가들은 '빚쟁이'가 된다.

D작가는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강제로 대출을 쓰게 하고, 그 대출은 내가 빌린 원금의 2~3배를 갚는 조건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강제적으로 가불한 금액의 200~300%를 상환해야만 하는 초고도 금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웹툰 불법 유통으로 인해 결국 MG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최소 수익을 달성하지 못해 빚만 쌓여간다는 작가도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불법 유통 피해를 본 40대 초반에 기혼인 E작가는 "만화 경력 25년 만에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경험상 역대급 재앙"이라며 "오랜 만화 경력을 비춰봤을 때 업계 관계자는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웹툰 불법 유통을 막지 못하면 3년 안에 웹툰판 망한다"고 비난했다.

E작가는 이어 웹툰 불법 유통으로 인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장으로서 생활고가 가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사이트를 잡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빨리'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웹툰과 관련해 웹툰협회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전문적인 실태 조사 및 피해 규모 파악 △작가들의 심리 건강 점검 및 치료 지원 △사이버 성범죄, 불법 도박 분야와 공동 대응 △불법 사이트 차단 절차 간소화로 시간 단축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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