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 연준의 승부수, 시장 신뢰 못얻을 땐 '파월 쇼크'

2022-06-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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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bp 빼든 연준, 경기침체 가능성 인정

1994년 '그린스펀 쇼크' 되풀이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빛나던 명성이 시험대에 놓였다." 

미국 매체인 폴리티코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한 연준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연준은 28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제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반겼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고공행진을 향한 상황에서 나온 자이언트 스텝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94년 ‘그린스펀 쇼크’를 비롯한 연준의 긴축은 언제나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이미 브라질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도미노 금리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강력한 조치 들고 나온 연준, 시장 신뢰 되찾기 위한 몸부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2020년 말부터 꿈틀대던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결국 물가상승을 잡을 수 있었던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미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가 상당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들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면, 당장 시장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급감하면서 경기침체가 몰아닥치게 된다. 

올해 들어 물가가 급등하면서 연준과 파월 의장을 향한 비판은 쏟아졌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물론 벤 버냉키 전 연준 총재 등 다양한 경제계 인사들이 파월 의장의 실기(失期)를 비판했다. 

이를 의식하는 듯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장 통제 능력에 대한 연준의 '공신력'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파월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보기에 대중들은 우리가 2%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매우 중요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FOMC에서 0.75%포인트(p)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파월 의장의 태도 변화는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난다. 이날 파월 의장은 여전히 “경제 연착륙이 가능하다”면서 연준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2023년에는 금리가 3.8%를 찍으며 정점에 도달한 뒤 2024년에는 3.4%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는 연준이 경제가 상당히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발표한 경제 전망 지표도 암울한 미래를 드러낸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전망한 2.8%에서 1.1%포인트 낮춘 1.7%로 하향 조정했으며, 실업률 역시 3월 예상했던 3.5%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웰스파고앤코는 오는 2023년 중반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되리라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소비자 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5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은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조셉 개그논은 15일 노트를 통해 "연준은 이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서는 실업률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에 발을 담갔다"면서 "실업률은 4.1 % 이상으로 오를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로 떨어지기까지 2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보았다. 

한편, 연준은 연내 남은 4번(7, 9, 11, 12월)의 모든 회의에서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FOMC 위원들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연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50bp씩 올릴 경우, 기준금리는 현행 1.5~1.75%에서 3.5~3.75%가 된다.
 
세계적 파장 우려, 신흥국 파월 쇼크 올까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의 파고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인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의 모든 중앙은행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유럽중앙은행)의 매파 위원들이 유로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그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것보다 더 큰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쇼크’가 되풀이할 것이란 두려움도 크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994년에 25bp~75bp씩 수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다. 미국은 연착륙했지만 달러 강세에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자금이 밀물처럼 빠져나갔고 신흥국 각국은 외환위기로 신음해야 했다. 이번에도 금리가 빠르게 오른다면 '파월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흥국의 경제 체질이 과거보다는 건강하고,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어 과거와 같은 쇼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코로나19가 남긴 충격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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