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전략에서 미국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일본과 관계를 비롯해 미국·중국 간 소통까지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한·미·일 3국 간 공조 강화가 기대되지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고,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신경전은 어떤 변수를 낳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했다.
이어 박 장관은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면담했다. 양국 장관은 핵 비확산 원칙을 공유하고 있는 한·미 양국이 원자력 분야에서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를 포함해 핵 비확산을 위한 최고 기준에 따른 글로벌 민간 원전 협력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IAEA 추가의정서는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다.
박 장관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한·미 간 외교·안보, 나아가 경제 분야 공조까지 후속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는 사이 외교가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최고위급 외교·안보 책사가 13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소통 의지를 보이면서 미·중 간 정상회담 추진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13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회동했다. 통신은 "양측은 공동 관심사에 대해 건설적으로 소통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통제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평행선이다.
한·일 간에는 정상회담 필요성과 개최 가능성이 대두되지만 의제 설정 등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참석 예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자리할 예정이어서 정상회담 성사에 고삐를 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용·가치 외교를 표방하는 윤 정부가 이미 얽혀 있는 실타래를 어떻게 잘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핵이 남한을 향해 있는 상황에서 대북 확장 억제를 위해선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가 미룬 한·일 관계 개선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며 "더 복잡해지지 않게 차분히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