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최근 2~3년 동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트렌드를 한창 강조하고 있다. 실제 재계 20위권 안에서 ESG 관련 업무를 맡을 조직을 신설하지 않은 기업집단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ESG 중 유독 지배구조 부문의 혁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기업들이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투자 등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다. 아주경제신문이 대기업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혁신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국내 재계 10대그룹 계열사 이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의 99% 이상을 찬성해 가결시키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 주요그룹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주주 중심인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혁신 여전히 취약
13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1203개사 중 이사회 표결 내역을 공개한 149개사의 투표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 안건의 가결률은 99.39%로 나타났다.
전체 4128건의 안건이 상정돼 4103건의 안건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4000여건이 넘는 안건 중 23건(0.61%)만 부결(11건)되거나 보류(14건)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99%를 넘는 가결률은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사회 표결이 진행된 결과 총 2만6119표가 의사표현에 활용됐으며, 이 중 2만5138표가 안건에 대한 찬성표로 집계됐다. 찬성률이 99.48%로 가결률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2만표가 넘는 찬성표 사이에서 137표(0.52%)가 다른 의사를 표현했다. 반대가 70표, 보류가 62표, 기권이 5표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이라 규정상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절반을 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보다는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재계 10대그룹 전부가 ESG 경영 흐름에 따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반대나 보류되는 안건이 10여건 미만이었던 몇 년 전보다는 나아졌으나 여전히 큰 틀에서 이사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그룹이 ESG 경영 중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는 이전보다 뚜렷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배구조 혁신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대기업그룹은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아 더욱 지배구조 변화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사회 부문 혁신은 순항
지배구조 부문과 달리 환경(E)과 사회(S) 부문의 혁신에서는 국내 대기업그룹이 나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발걸음을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기업그룹과 유망 스타트업 등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 국제회의장에 모여 '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선포식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최 회장은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사회 양극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상당히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고 국민의 신뢰가 증대돼 우리 기업도 국민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박수를 받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축사에서 환경과 사람, 사회를 위한 구체적 실천과 행동을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제인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도 그 역할을 새롭게 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계는 보통 새로운 국정과제에 맞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코드 맞추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신기업가정신'은 ESG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굵직한 ESG 관련 국정과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국제 사회와 약속한 2030 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실행하겠다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런 가운데서도 재계는 새 정부의 민간주도, 자유시장경제 정책에 대한 화답으로, ESG 정신을 담은 '신기업가정신'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신기업가정신 선포는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 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계 10대그룹 계열사 이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의 99% 이상을 찬성해 가결시키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 주요그룹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주주 중심인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혁신 여전히 취약
13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1203개사 중 이사회 표결 내역을 공개한 149개사의 투표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 안건의 가결률은 99.39%로 나타났다.
99%를 넘는 가결률은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사회 표결이 진행된 결과 총 2만6119표가 의사표현에 활용됐으며, 이 중 2만5138표가 안건에 대한 찬성표로 집계됐다. 찬성률이 99.48%로 가결률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2만표가 넘는 찬성표 사이에서 137표(0.52%)가 다른 의사를 표현했다. 반대가 70표, 보류가 62표, 기권이 5표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이라 규정상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절반을 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보다는 사실상 거수기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재계 10대그룹 전부가 ESG 경영 흐름에 따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반대나 보류되는 안건이 10여건 미만이었던 몇 년 전보다는 나아졌으나 여전히 큰 틀에서 이사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그룹이 ESG 경영 중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는 이전보다 뚜렷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배구조 혁신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대기업그룹은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아 더욱 지배구조 변화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부문과 달리 환경(E)과 사회(S) 부문의 혁신에서는 국내 대기업그룹이 나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발걸음을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기업그룹과 유망 스타트업 등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 국제회의장에 모여 '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선포식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최 회장은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사회 양극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상당히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고 국민의 신뢰가 증대돼 우리 기업도 국민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박수를 받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축사에서 환경과 사람, 사회를 위한 구체적 실천과 행동을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제인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도 그 역할을 새롭게 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계는 보통 새로운 국정과제에 맞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코드 맞추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신기업가정신'은 ESG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굵직한 ESG 관련 국정과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국제 사회와 약속한 2030 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실행하겠다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런 가운데서도 재계는 새 정부의 민간주도, 자유시장경제 정책에 대한 화답으로, ESG 정신을 담은 '신기업가정신'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신기업가정신 선포는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 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