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인 'CPI발 쓰나미'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선 하루 만에 시총 90조원가량이 증발해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를 포함해 147개 종목이 신저가를 기록했고, 전체 종목의 95%가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지난 금요일 2600선이 깨진 지 1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250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국내 증시 폭락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물가쇼크' 소식에서 촉발됐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되면서 가상화폐 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2500선 붕괴 직전까지 가면서 코스피는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다. 기존 연중 최저치는 지난 5월 12일 기록했던 2546.80이었다. 장중 251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6일(2507.46)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5% 가까이 급락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종가는 전일 대비 41.09포인트(4.72%) 내린 828.77이다. 지수는 17.12포인트(1.97%) 내린 852.74로 출발, 장중 한때 828.76까지 떨어졌다.
국내증시가 3~4%대 급락을 기록하면서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은 90조원에 달한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총이 71조95억원, 코스닥 시총이 17조8161억원어치 증발했다. 양시장에서 증발한 시총 규모는 총 88조8256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2위인 LG에너지솔루션(97조10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우는 종목들도 속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6만2100원)를 시작으로 네이버(25만4000원), 카카오(7만6100원), 카카오페이(7만6000원), LG전자(9만5100원) 등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코스피에서 147개, 코스닥에서 297개다.
시장별로는 하락한 종목들의 비율이 95%에 육박했다. 코스피에서는 931개 종목 중 881개 종목이 하락하면서 전체의 94.62%가 떨어졌고 코스닥에서는 1479개 종목 중 93.84%에 달하는 1388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3300만원대에 거래됐다. 전일 대비 약 13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한때 8100만원대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약 60%나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3300만원대까지 떨어진 건 지난해 1월 2일(종가 기준) 3500만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200만원선이 무너져 현재 1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이 200만원선이 깨진 건 지난해 6월 22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가상화폐는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대도시 봉쇄 등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시장 내 불안정한 요소들이 난립하자,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가상화폐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탓이다. 여기에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가 폭락하는 사태까지 겹치면서 가상화폐 투자심리는 더 위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