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강조하는 尹...경찰 십수년 만에 '능동 진압' 바람 부나

2022-06-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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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각종 집회에 '법대로' 거듭 강조

인력난 빠진 경찰 새 대응법 찾아야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6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법 중시 기조와 의경 해체 등에 따른 경력 부족 현상으로 십수년째 이어진 경찰의 ‘인내 진압’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모양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내 진압은 경력으로 ‘사람의 벽’을 세우고 확성기로 자진 해산 등을 요구하는 수동적인 자세로 집회를 통제하는 방법이다. 능동적인 제지와 체포 등을 통한 진압보다 경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을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부터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관련해서도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법시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업무 방해, 도로 교통 방해 등 불법 행위에는 '예외 없이' 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또 최근 이어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보수단체의 시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하면 되지 않겠냐”라며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시위 현장에서도 실제로 능동적 진압이 이뤄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첫날부터 나흘째까지 전국에서 조합원 수십 명이 경찰에 체포당했다.
 
경찰 지휘부는 파업 첫날부터 강경 방침을 강조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7일 내부 지시를 통해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현장 조치는 경비·정보는 물론 교통·형사·수사·지역 경찰 등 각 기능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각급 지휘관들은 적극 지휘하고 관서 현황에 따라 비상근무에 준해 가용 인력을 적극 활용, 불법 양상에 즉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일각에선 10여년간 인내 진압 기조를 유지해온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바뀐 정부의 기조와 더불어 최근 경찰 업무 증가 추세에도 경력 충원이 여의찮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에 따라 경찰은 2018년부터 의경 대원을 매년 20%가량 줄이고 있다. 2021년 6월 마지막으로 선발된 인원이 모두 병역을 마치는 2023년 6월이 되면 의경 제도는 완전히 폐지된다. 

이에 의경 중대를 대체하게 된 경찰관 기동대 인력 규모를 2018년 대비 2.5배가량 늘렸지만 여전히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 기동대 인원은 1만4017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5월 기준 경찰 기동대 인원은 1만1859명으로, 연내 2100여명이 추가로 충원된다. 경찰 기동대 인원은 의경 대원 인원 감축과 함께 최근 5년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경찰관 기동대 인원은 1만1040명으로 의경 대원 인원 감축이 시작된 2018년 4608명보다 2.5배가량 늘었다.

경찰 기동대 충원에도 추가적인 인력 수급 없이는 경찰이 인내 진압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경 대원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인력이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의경 대원을 선발할 당시 경찰은 경비 인력만 의경 대원과 경찰관 기동대를 합쳐 3만6000명에 달했다. 현재 규모의 2.5배 수준이다. 2023년까지 경찰관 기동대 인원은 2만명 언저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의경 해체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인력난으로 인해 일각에서 ‘인내 진압’인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경비 부대 인력난에 한 경찰청 용역 보고서에서는 집회·시위에 대해 ‘인력 위주의 대응은 더 이상 곤란하다’라는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선 국민의힘이 집권하며 집회와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 정부와는 달라졌다. 또한 경찰 인력이 제한되면 과거처럼 많은 일을 경찰이 다 할 수가 없게 된다. 유동적으로 법 집행을 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인내 진압 기조를 지키던 1994년 폭력 시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며 무장을 강화하는 등 적극 진압 기조로 선회한 바 있다. 평화적인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적극 보호하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과감히 대처, 공세적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 당시 경찰의 입장이었다.
 
한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한 수사부서 인력난도 경찰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우선 경찰 수사인력 충원을 필요로 하는 검수완박법 시행이 3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검수완박법이란 지난달 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 공포안을 뜻한다.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 조항을 상당 부분 삭제하는 것이다.
 
현재 경찰 수사관 인력은 전체 경찰 15만명 중 20% 정도인 3만명 수준이다. 이에 과중한 업무에 지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수사권을 반납하는 등 수사 부서 기피 현상까지 심해졌다. 수사 업무량은 지난해 대대적인 수사권 조정 전보다 30%가량 증가했지만 수사 인력 보충은 거의 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 변화는 수사부서 인력난을 증명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평균 55.6일에서 수사권 조정 원년인 지난해엔 64.2일로 8.6일이 늘어났다. 특히 사이버팀의 경우 2018년 70.8일에서 2021년 110.5일로 39.7일, 경제팀은 같은 기간 60.5일에서 80.9일로 20.4일 각각 증가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러한 인력난을 인지하고 있지만 급작스레 늘어난 업무량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대처가 있을지엔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의 2023년도 예산안 편성안에 따르면 경찰의 내년 인건비는 처음으로 10조원이 넘는 10조148억원으로 책정됐다. 경찰청은 경찰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심의 후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 심의를 거쳐 연말 확정된다.
 
다만 이런 인건비 예산이 온전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김 경찰청장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인력과 예산은 국가에 한정된 재원이라 100% 충원되거나 증액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걱정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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