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선생과 변호사…전국노래자랑의 선물 "무죄"

2022-06-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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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송해, 34년간 전국노래자랑 진행

전국노래자랑 팩트 체크, 무죄 이끌어낸 변호사 스토리

1988년 방송을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의 포스터[사진 = KBS 전국노래자랑 포스터]

[아주로앤피] 전국노래자랑은 1988년 5월부터 34년간 전국 각지와 해외를 다니며 전 국민의 일요일 정오 무렵을 책임진 장수 프로그램이다.
 
전국노래자랑 MC 고(故) 송해 선생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이후 건강 악화로 2년 만에 재개된 전국노래자랑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하차를 고민했던 송해 씨는 8일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더 이상 송 선생의 전국노래자랑을 볼 순 없지만, 오랜 시간 진행된 전국노래자랑은 많은 이에게 소중한 추억이고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여기 고인의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지닌 한 변호사가 있다. 
 

9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송해기념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리본과 현수막이 달려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구에서 활동하는 배재현 변호사는 전국노래자랑 덕분에 교도소 폭행사건 피의자를 무죄로 만든 흐뭇한 추억을 회상했다. 배 변호사는 2017년 국선변호인 항소심을 맡으며 전국노래자랑에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됐다.
 
해당 사건은 "피고인과 함께 2017. 5. 10.경 OO 교도소 수용실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던 중 제비뽑기하여 나온 번호의 사람이 최우수상을 타면 등기 우표를 가지는 방식으로 내기를 하였는데, 자신이 당첨되어 피고인에게 등기 우표를 달라고 하니 피고인이 자신을 폭행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피해자가 제출한 진단서와 증인 증언으로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이 났다. 배 변호사는 피고인과 접견 이후 무죄를 증명할 뚜렷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줄여 달라(양형 참작)고 요청할 예정이었다.
 

대구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배재현 변호사 [사진 = 대구지방변호사회]

그러던 중 배 변호사는 평소 즐겨 시청하던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해당 프로그램은 일요일에만 방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해자가 주장한 사건 발생일 5월 10일은 수요일이었다. 곧바로 법무부 교정본부에 ‘보라매 방송’(구치소와 교도소의 방송을 담당하는 방송국) 편성표 정보공개요청을 했고 5월 10일 교도소 내 전국노래자랑을 방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은 피해자와 증인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없음을 인정받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배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아닌 국가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통한 증거 또한 유의미한 증거방법임을 새삼 깨달았다. 또 자신이 그동안 범죄자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된 故송해 씨의 빈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배재현 변호사는 9일 전화 통화에서 즐겨 보던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가 별세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평소 출퇴근 시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탈한 송해의 모습에서 국민 속에 녹아서 살아가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돌아가시기 직전 예정된 전국노래자랑 촬영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송해동상이 세워져있는 송해공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에 위치한 송해공원은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산책하기에 꽤 괜찮은 장소"라며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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