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상호변경으로 인한 변경상장을 공시한 기업은 총 62개사로 나타났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14개사,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은 48개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5개사, 유가증권 26사, 코스닥 49사)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 분할 및 합병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122개사 올해는 벌써 62개사 사명변경
기업명을 변경하는 기업 수는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이름을 변경한 상장사는 총 122개사로 전년 95개사 대비 28.4%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호 변경 사유로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가 59개(36.9%)로 가장 많았고, 사업 다각화가 42개(26.3%), 회사 분할 및 합병이 32개(20.0%), 경영 목적 및 전략 제고가 18개(11.3%)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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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에디슨EV의 경우 최근 공시를 통해 상호를 스마트솔루션즈로 바꾼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변경 사유와 관련해 ‘회사의 경영목적 및 사업전략을 위한 상호변경’이라고 밝힌 상태다. 에디슨EV는 지난 2021년 10월 13일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옛 쎄미시스코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한 바 있다. 1년도 되지 않아 간판을 두 번이나 바꿔 단 셈이다.
에디슨EV는 모회사인 에디슨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섰으나 에디슨모터스가 잔금을 납입하지 못해 인수가 결렬된 바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혐의 조사에 착수한 상태며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주식거래는 현재 정지 중인 상태다.
◆간판만 바꾼 불량기업들 주의해야
사명변경 기업 중 영업정지나 감사의견 비적정 등으로 거래정지 상태인 곳도 상당수다. 현재 거래가 정지 중인 기업은 에디슨EV를 제외하고도 휴엠앤씨, 디에스앤엘,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디모아, 코원플레이, 커머스마이너, 디엑스앤브이엑스, 디아크, 유네코 등 9개사다.
커머스마이너는 옛 경남제약헬스케어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경남제약헬스케어는 앞서 지난 2020년 6월 이에스브이에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개선기간 1년 부여한 상태다. 만일 2023년 3월 18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약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디에스앤엘은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31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오는 8월 31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 등을 반영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휴엠앤씨는 2019년 4월 24일 에스엔피월드에서 블러썸엠앤씨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21년 6월 휴온스블러썸으로 간판을 교체한 바 있다. 올해 4월 다시 휴엠앤씨로 사명을 바꾸면서 1년에 한 번꼴로 사명을 변경한 셈이 됐다. 휴엠앤씨는 전 대표인 이모씨의 횡령으로 2020년 5월 29일부터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횡령액은 295억원으로 자기자본(647억원)의 45.6%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다만 휴온스그룹으로 인수합병되면서 사업도 다시 활기를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간판 바꿔 달아도 주가는 ‘글쎄’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간판을 바꿔 달았어도 주가는 대체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이후 사명을 변경한 코스닥 기업 26개사의 변경 전 대비 현 주가 평균 상승률은 -8.19%로 부진한 상태다. 상승한 기업은 4개사며 하락한 기업은 22개사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회사별로 KH건설이 가장 크게 올랐다. 사명변경 공시 전 주가는 874원에서 지난 9일 1575원으로 마감하며 80.21%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SBW생명과학이 29.74%가 뛰며 뒤를 이었고, 에디슨INNO(17.54%), 케스피온(6.71%)이 플러스 상승률을 보였다.
반대로 웨이버스는 공시 전 3515원이던 주가가 2100원으로 밀리며 -40.26%의 하락률을 보였고, 폴라리스세원은 3720원에서 2730원으로 -26.61%가 빠졌다. 아이윈플러스도 1440원에서 1085원으로 -24.6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또 하이딥(-23.33%), 이글루(-22.8%), 티에스넥스젠(-21.97%)이 20% 이상 하락했으며 비엘팜텍(-17.69%), 비엘(-17.22%), 제이스코홀딩스(-17.13%), 플래스크(-14.87%), 위니아(-14.5%), EV수성(-14.37%), KBG(-13.83%), 비케이홀딩스(-12.32%), 두산테스나(-11.91%), 케일럼(-10.64%), 다올인베스트먼트(-10.49%) 등도 10% 이상 하락했다.
이외에도 우리엔터프라이즈(-8.05%), 위메이드플레이(-7.76%), TKG애강(-6.64%), KH전자(-6.14%), 넥슨게임즈(-3.94%) 등이 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이름이 아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업명이 자주 바뀌는 기업의 경우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기업 사냥꾼들의 미끼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