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미주 정상회의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가국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6일 (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 정상을 독재자라는 이유로 미주 정상회의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멕시코·볼리비아·온두라스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도미노 불참'은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주 정상회의는 미주 35개국 정상이 3~4년마다 모이는 자리다. 올해는 1994년 마이애미 1차 회의 이후 28년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정상회의는 초반 장관급 회담 등을 거쳐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 회의 주제는 '지속 가능하고 탄력적이며 평등한 미래 건설'로 이민과 경제 문제 등이 논의된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독재자들은 초청하면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의 결정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전에 이를 인지했다"며 "멕시코 대통령은 7월에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3국 제외 결정에 반발해 볼리비아·온두라스·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지도자들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또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미국의 검찰총장 제재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했다.
WSJ은 이번 중남미의 미주 정상회의 보이콧은 미국의 영향력 쇠퇴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주 정상회의가 바이든 미 행정부와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 간 이민 문제 해결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진행됐기 때문이다.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마저 미주 정상회의를 보이콧하며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당국은 이민자 21만명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 입국 시도하는 것을 체포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월간 최대 수치일 정도로 미국에게는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