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제재 일부 해제…"원유로 부채 상환 가능"

2022-06-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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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페인 기업 대상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일부를 해제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에너지 기업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빚 대신 받도록 허용한 것이다. 운송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관계자 5명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가 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에니와 렙솔은 베네수엘라의 국영 정유사 PDVSA의 합작투자사다. 이들은 PDVSA가 빚을 갚지 못하고 배당마저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현금 대신 원유를 받아왔다. 그러나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원유를 통한 부채 상환은 금지됐다. 로이터는 "이번 운송량이 국제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규모는 아니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의 유럽 수출 제재를 완화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조치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제재 해제를 통해 러시아 원유 금수로 유럽이 받을 타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베네수엘라의 중국 원유 수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야권과의 대화를 독려하는 것도 이번 조치의 목표 중 하나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제재 해지의 조건으로 원유가 유럽으로만 운송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타 지역에서 재판매되는 것은 금지한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는 이번 거래는 현금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중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거래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셰브런을 비롯해 인도의 국영석유회사 ONGC, 프랑스의 모렐앤드프롬 등 에너지 회사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부채와 원유를 교환하는 거래 재개를 허가해줄 것을 미국 당국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아직 허가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번 조치가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베네수엘라와 최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재개를 약속했지만, 아직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베네수엘라 제재 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 완화는 마두로 대통령이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등 민주적 변화를 향한 진전이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이 5월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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