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1>김병준 특구 지정→기업 지방이전→稅혜택 선순환 필요"

  • 글자크기 설정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발전특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방에 특구를 조성해 기업 이전을 이끌기 위한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업 이전·창업부터 자산 처분단계까지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을 대폭 감면하고 이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특구에 재투자하게 하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지선 민심, 국정안정론...지자체 2.0 이제 시작"

-6·1 지방선거가 정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는데 총평 부탁한다.

"당면한 민생 문제와 최근 경제 불안 심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잘 풀어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종의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여야의 대선 대결구도가 그대로 이어져 지방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다소 아쉬웠다."

-문재인 정부 말기 지방자치단체 2.0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동의하는가.

"인정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했지만, 대부분 껍데기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특히 지자체 기관 구성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있었다면 2.0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있는 것은 법률로 정한다고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오히려 자치경찰제 등 일부 역행한 것이 있어 2.0시대는 지금부터 열어야 한다."

◆"기업 투자 위해 상당 수준 상속세 혜택 必"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등을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나 각론이 있나.

"지역발전특구는 세제 혜택을 기본으로 한다. 가업승계 지원제도 변화 등을 통해 지역특구로 이전한 기업에 상당한 수준의 상속세 혜택을 주고, 양도소득세 혜택도 강하게 줄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역별 규제를 완화한다. 공공기관 이전도 국가가 주요 역할을 하겠지만 시장의 논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간다. 사회간접자본(SOC) 디자인 역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균형발전을 생각하고 있다. 교육자유특구는 국가가 일률적으로 교과목 편성과 학교 자격 등을 지정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와 학부모들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부를 폐지해야 하는데, 한 번에 폐지가 안되니 특구를 만들어 창의적 교육, 혁신 교육이 가능하도록 시험해보자는 것이다."

-교육부 폐지를 언급했는데, 교육부 장관의 사회부총리 겸임도 재검토해야 하는가.

"교육부 장관이 지방 교육청으로 넘겨야 할 학교 행정에만 신경을 쓴다면 교육부는 장관이 아닌 차관, 국장이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국가의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행정을 맡는다면 부총리가 아닌 총리급으로 예우해 줘도 된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교육부가 우리 사회의 필요 인적자원수요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산업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교육부 관료가 경제·금융 관료와 논쟁을 붙어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창의력 중심 교육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대학입시문제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 견해지만 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는 획일적 구조로 간다면 아이들도 그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불신이 있고 부작용도 있지만, 대학입시는 다양화되는 게 맞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문을 닫아버리면 우리 교육은 획일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양성이 필요한 사회라면 교육의 다양성도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가 독일 발도르프 교육을 본뜬 혁신학교를 만들고 있으면서 왜 미국과 영국 등 다른 프로그램을 도입한 혁신학교들은 대안학교라며 공교육 밖에 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국가가 평균 교육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해주고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尹, 균형발전 의지 확고···산은 부산 이전할 것"

-그러한 구상이 본격화되려면 인수위 시절의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의 진화·발전이 필요할 것 같다. 대통령직속기구로 격상되는 것인가.

"지금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다. 일부에서는 예전 경제기획원처럼 국가균형원을 만들거나 위상을 높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가면 어떤 형태든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구를 키우면 속도는 느리고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균형발전 의지는 확고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으로 국책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 약속을 믿고 부산 시민들이 투표했다. 산은 관계자들은 답답하고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부산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은 아니지 않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전할 이유가 있다."
 
-윤 대통령의 '민간중심 경제'가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기업들만 혜택 보는 것 아닌가.

"우리 경제는 대기업이 돈을 벌어도 투자를 통해 쭉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가 끊어져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변화가 빠르니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장기적인 투자보다 자본시장과 같은 단기적인 사업으로 간다. 투자로 일자리를 만드는 파이프가 끊어진 것이다. 소득 분배의 흐름도 단절적이다. '동일 노동·동일 임금'이 아니라 귀족 노조와 같은 기득권이 더 챙겨가고 있으며 이게 소비를 통해 자영업자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국가가 어느 정도 사회적인 보장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주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이런 정의·공정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김병준'이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
한국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못살고 어려운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건 사실 '국민들에게 자유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줘야 한다'는 분배의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강조한 것이다. 나는 바로 이 화두에 집중해 민주주의 위기 극복방안으로 한국을 모델로 한 '자유주의 레짐'을 만들고 싶다. 일단 7월부터 그 단단한 이론적 기반을 만드는 데 매진하는 학자로 돌아간다. 그 다음 남은 인생은 덤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동안 안 했던 일, 모험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