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영화 '브로커'가 국내에 도착했다.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송강호를 필두로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코로나19 속 위기의 극장을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송강호는 "칸 국제영화제는 수상 확률이 굉장히 낮다. 21편의 작품 중 7편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상식 전 관계자들에게 12시 전까지 연락을 주는 규칙이 있는데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전화를 받은 뒤에는 '어떤 상이라도 하나는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극장에서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영국 런던에 머무는 봉준호 감독과 국내에서 '거미집' 촬영 중인 김지운 감독에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받았다고 밝힌 뒤 "새벽에 유튜브로 보았다고 하더라. 그 뒤로도 많은 이가 축하해주었고 과찬을 받고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천천히 야금야금 감동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었다고. 그는 "제가 평소 삐딱한 성격이라 제가 상을 받거나 칭찬받으면 '영화의 어느 부분이 좋다는 거지?' 고민하게 되고 평가나 칭찬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반면 배우가 칭찬받을 때는 마음껏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번에도 배우가 상을 받고 칭찬을 들어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또 송강호를 치켜세우며 "제가 뭘 했다기보다는 송강호가 그동안 이룬 성과"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받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제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도 든다. 한편으로 이 작품에는 최고의 상 아닐까 싶다"라고 거들었다.
영화 '브로커'는 극장과 영화 팬들에게 매우 소중한 작품이다. 칸 국제영화제의 쾌거와 동시에 오랜만에 만나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의 영화기 때문. 오래전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작품인 만큼 개봉 후 '브로커'의 활약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돼 설렌다며 "관객도 영화인들도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극장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담백한 화법과 현실을 관철하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 여기에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차진 호흡은 영화의 정서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해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만 믿고 찍었다"라며 현장에서 그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강호와 긴밀하게 소통해왔으며 그 덕분에 소통이나 표현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아무래도 (감독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국어의 묘한 뉘앙스나 단어, 발음 등의 디테일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리딩 할 때부터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셨고 저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함께 편집본을 보며 뉘앙스가 조금씩 달리 느껴지는 장면들을 짚어드렸고 조언했다. 그리 큰일은 아니었는데 감독님께서 대단히 칭찬해주는 거 같아 난감하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들의 차진 호흡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온 덕이라고.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재회한 강동원과 송강호는 "눈만 봐도 아는 사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현'의 파트너 '동수'를 연기한 강동원은 "12~13년 만에 호흡을 맞췄지만 중간중간 만나왔기 때문에 (송강호가) 낯설지 않았다. 한번 호흡을 맞췄기 때문인지 처음부터 잘 맞았다. 즐거웠고 행복하게 찍었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강동원은 막냇동생 같은 친구"라며 그가 외모와 달리 소박하고 인간적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배우로서도 늘 노력하고 집중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왔다. 이제 말없이 눈만 봐도 통하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라고 자신했다.
또 아기 엄마 '소영'을 연기한 아이유도 송강호, 강동원에게 밀리지 않았다고.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아이유의 연기 중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라며 '봉고차' 신을 언급했다. '브로커' 일당이 거래에 실패하고 멋쩍게 봉고차에 모여 앉은 장면이다.
송강호는 "'상현'과 '동수'가 '게를 먹자'라는 둥 '조심했어야지'라는 둥 멋쩍게 떠들고 있자 '소영'이 욕을 하며 앞좌석을 발로 찬다. 그건 즉흥 연기였다. (강)동원과 제가 정말 놀라서 절로 리액션하게 되더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라며 아이유의 연기에 놀랐다고 칭찬했다.
'소영'을 연기한 아이유도 송강호처럼 작은 뉘앙스나 디테일을 위해 고레에다 감독과 많은 상의를 거쳤다고. 그는 "극 중 욕설 대사가 일본어 표현에 가깝게 쓰여있더라. 감독님께 '조금 더 한국식으로 써도 되느냐'라고 물었고 허락해주셔서 한국에서 자주 쓰는 욕 위주로 대사를 편집했다. 활동하면서 이 정도의 욕설을 써 볼 기회가 없어서 (촬영 전) 굉장히 떨렸다. 많은 연습을 거쳐 해당 장면을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사회상을 짚고 그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휴머니즘을 강조해왔다. 그는 일본이 아닌 한국의 사회상을 담아내는데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베이비 박스'는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어머니를 고립시키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입양 제도 등 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일본보다 한국의 베이비 박스 수나 그에 맡겨지는 아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준비 단계에서 입양 제도나 법정 문제, 어머니와 아이가 지내는 쉼터 등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광범위하게 취재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생각했던 건 '소영'이 아이를 베이비 박스 앞에 두고 가고 '수진(배두나 분)'이 부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보며 한마디 하는데 그의 생각이 상영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가가 영화의 핵심이 될 거로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박스는 '베이비 박스'였고, 다음은 아이를 팔려는 브로커가 타는 차량과 형사의 차량도 '박스'라고 여겼다. 세 번째는 선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주인공과 관계 변화를 다룬 사회를 하나의 '박스'로 보았다. 한 생명을 두고 작은 박스가 계속해서 커지고 아이가 축복받게 되는 변화를 다루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과 한국 제작진, 배우들이 만나 새로운 화법으로 빚어낸 사회현상과 휴머니즘은 칸 국제영화제를 넘어 대중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6월 8일 극장 개봉. 상영시간은 129분이고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