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한때 400억 달러(약 49조원)에 달했다가 폭락한 한국산 코인 테라USD(UST)와 루나가 ‘테라 2.0’으로 부활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새로 발행된 루나는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 이전의 가격 폭락 사태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처가 불분명해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31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테라 2.0 체제에서 새로 발행된 루나는 지난 28일 19.53달러(약 2만3000원)에 거래됐지만, 절반가량 가격이 떨어져 현재 7~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태로 테라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새 루나는 현재 바이빗, 쿠코인, 후오비 등 일부 거래소에서만 사고 팔 수 있다.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이날 새 루나의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이노베이션 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노베이션 존은 다른 가상화폐 대비 가격 변동성이 큰 토큰이 거래되는 영역이다.
바이낸스는 “테라 2.0(루나)은 정상보다 높은 위험을 내포할 수 있는 새로운 토큰으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토큰 거래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위험 관리를 수행하고, 루나의 기본 사항과 프로젝트에 대해 완전히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라 2.0이 기존 테라, 루나 코인과 다른 점이 없어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인을 예치하는 것 외에 사용처가 불분명해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카르다노 같은 다른 가상화폐와 경쟁하기에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천은 “핵심 문제는 루나 2.0 토큰의 유용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화폐 시장의 '큰손'들의 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테라폼랩스가 새 루나를 발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앞서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루나 투자자를 대상으로 테라 생태계 부활 방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자의 65.5%가 제안에 찬성해 기존 테라와 루나는 각각 ‘테라 클래식’, ‘루나 클래식’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새로운 루나 코인이 발행됐다. 테라폼랩스는 기존 테라와 루나 보유 비율에 따라 새 루나를 나눠주는 '에어드롭'을 진행한 후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