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기차가 너무 느려요."
서울형 키즈카페 '혜명 아이들 상상놀이터'를 방문한 아이들이 실타래로 몸을 감고 기차놀이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31일 오전 10시 30분 기자가 찾은 혜명 아이들 상상놀이터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엽색 벽면과 바닥에 형형색색 테이프로 이뤄진 오브제 놀이터가 5살 아이들 15명을 맞이했다. 상상놀이터는 △오브제 놀이터 △그물 놀이터 △책 놀이터로 구성돼 있다. 고지연 상상놀이터 관장은 "테이프와 실타래는 오브제 놀이터에서만 가지고 놀기로 약속해요"라며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아이들은 구불구불한 끈, 푹신한 소품, 벽에 붙은 테이프를 보면서 "달팽이 같다" "거미다! 거미"라며 환호했다.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 10명이 순식간에 그물 놀이터로 달려갔다.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고 야자수 모양 그물에 매달리기도 했다. 안전을 위해 보육교사가 아이들과 같이 놀며 돌보고 있었다. 혜명 아이들 상상놀이터에서는 매시간 보육교사 3명(최대 입장 인원 기준)이 배치된다. 이들은 아이들 놀이를 돕기도 하고 안전을 살피기도 한다.
10여 분이 지나자 아이들은 그물 놀이터에서 나와 오브제 놀이터에도 관심을 보였다. 푹신하고 두꺼운 보라색, 주황색, 분홍색 실타래를 가지고 '영차영차' 줄다리기 놀이를 했다. 한 아이는 보라색 실타래를 보고 "이건 포도 맛 젤리야"라며 젤리를 먹는 시늉을 했다. 오브제 놀이터는 마당과 골목을 모티브로 삼은 공간이다. 기존 놀이기구보다 상상력을 발휘하며 놀 수 있게 만들었다. 테마는 4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데 이번 테마는 '선들의 여행'이다.
오브제 놀이터, 그물 놀이터 외에 책 놀이터도 있다. 아이들 3~4명이 이곳에서 유치원 교사와 함께 책을 읽거나 포켓몬 룰렛 같은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상상놀이터는 책 놀이터까지 합쳐 100평 규모이고 입장료는 아이 1000원, 보호자 1000원이다. 민간 키즈카페 입장료가 아이 1명당 1만5000~2만5000원인 것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 달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아이들을 인솔하던 유치원 교사 A씨는 "그동안 종로구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다"며 "미세먼지 등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될 때 실내놀이터를 찾으면 아이들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에 일각에서 우려하던 민간 키즈카페와 상생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서울시 키즈카페에는 실내 놀이기구로 그물 놀이터뿐이지만 민간 키즈카페에는 놀이기구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5세와 7세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모씨는 서울시 키즈카페를 보며 "입장료도 저렴하고 가보고 싶기는 한데, 놀이기구가 없어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