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원화 약세 흐름을 방어할 한·미 통화스와프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통화스와프 체결시 원화 약세 방어 기대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 협력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기대했던 통화스와프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국이 외환시장 협력을 주요 합의 내용으로 언급한 만큼 이에 준하는 수준의 포괄적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통화스와프는 양국이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통화스와프로 잡힐까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어서다.여기에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2~3차례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긴축 속도를 높이는 점도 문제다. 연준이 올해 5차례 남은 FOMC 정례회의 때마다 금리를 0.25~0.5%포인트 올릴 경우 한·미 금리는 역전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은 원화 약세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면 원화 약세를 방어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250원을 훌쩍 뛰어넘어 1300원선도 위협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자금이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 안전판'으로 불리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화스와프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위기 상황에서 달러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초, 원·달러 환율은 한 때 1300원대에 육박했다. 그러나 당시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직후 3.1% 하락해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외화 유동성 사정도 개선되는 등 국내 외환 부문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통화스와프 체결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면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들이 돌아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불안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고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달러 수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체결 이슈는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스와프 논의만으로 원화 안정 자체를 담보할 수는 없겠지만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