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트렌드①] "포스트 코로나19 등 악재 합쳐도 금리인상이 M&A에 더 큰 영향"

2022-05-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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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한영 한효석 부문장 인터뷰 "금리인상으로 한계기업·대기업 저수익 사업부 매물 증가 전망"

"메타버스·플랫폼 여전히 높은 몸값 유지할 것"

[사진=EY한영]

 

"포스트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심화, 공급망 병목 현상 심화 등의 변수를 다 합쳐도 금리인상이 국내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금리가 올라가면 한계기업들이 매물로 나온다"
 
지난 3일 아주경제와 만난 한효석 EY한영 부문장은 올해 금리인상이 M&A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인상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유동성 회수에 따라 산업 재편을 빠르게 촉진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그간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자금 등 풍부한 유동성 상황에서 한계사업을 유지하던 기업과 사업부 등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한 부문장은 EY한영의 LA(Lead Advisory of M&A) 리더를 거쳐 현재 재무자문(Transaction & Corporate Finance, TCF) 부문장을 맡고 있다. 15년 이상의 자문과 실사 경험을 통해 현재 EY한영의 M&A 부문을 이끌고 있다. 부문장을 맡게 된 이후 직접 수행하는 딜 이외에도 EY한영이 참여하는 많은 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3% 금리' 시대에 한계기업 속출··· M&A 시장도 바빠질 것
 
한효석 부문장은 "1~2% 수준의 저금리 시대에는 영업이익율 5% 미만의 기업들도 과도한 차입금과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기업들은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적자전환 및 장기적으로는 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단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역시 금리인상기에는 저성장, 저마진 사업부들에 대한 지원이 줄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미루어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기준금리가 3% 이상을 넘어서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이익률이 낮거나 경쟁력이 높지않은 사업과 계열사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향후 경쟁력이 높고 성장성이 큰 분야를 찾아 신사업과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한 부문장은 "사실 차입금은 자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자금임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의 부담을 느껴야할 정도의 저수익, 저성장성 사업에 대하여는 대기업에서도 투자를 하기 보다 M&A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현재 대기업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처럼 영업이익률이 두자리수를 넘어서는 사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금리 인상 기조는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환경 때문에 M&A 시장의 움직임은 작년 이상으로 활발해질 수 있다. EY한영이 국내외 최고경영자(CEO)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CEO 중 72%는 올해에도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49%였던 전년 조사 대비 23%포인트 가량 상승한 규모이자, 지난 10년간 집계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43%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동종업계 소규모 M&A를 뜻하는 볼트온(bolt-on)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어느 정도 시장 위치를 차지한 핵심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올리는 수단으로 적극적인 M&A를 고려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플랫폼 여전히 높은 몸값··· 바이오 기업들도 잠재력 충분해
 
PE나 자문사들에게는 금리인상이 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한 부문장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또는 사업전환을 노리는 대기업에게는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신성장 기업, 사업들에 대해 인수를 권유할 수 있다"며 "반대로 이익률이 낮은 한계기업도 제3자에게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M&A 시장에서 주목받는 산업은 메타버스와 플랫폼, ESG 분야다. 성장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오히려 새로운 시장과 기회에서 기업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PE들도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기업들의 몸값은 여전히 높을 전망이다.
 
한효석 부문장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업종은 바이오 분야다. 최근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악화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 부문장은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진단키트 판매나 기술이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익을 내는 곳이 많지 않다"며 "다만 시장의 시각보다 국내 바이오와 제약 업계의 잠재력은 큰 편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미개척 영역이 남아있는 만큼 국내에도 이 분야에서 향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다만, 임상 하나만을 목표로 적자를 감수하는 현재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 한 부문장은 "얀센,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신약개발과 함께 안정적인 제약 사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기술이전이나 임상 통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한효석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원유 가격 상승으로 다소 인기가 떨어졌던 정유업이 주목받는 등 저평가 받던 산업들도 재평가를 받는 일이 있다. 최근 산업 지형도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지 한 회계사만의 관점이 궁금하다.
 
-원유나 곡물가격 상승은 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만, 물가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 이후 회복에 대한 속도에 따라 국가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공급망 충격이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후진국, 개발도상국은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국 같은 경우는 환율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정에서 기업들은 금리와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수출확대와 해외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과거 기술과 인력확보 위주에서 해외 판로와 공급망 확대를 위한 목적도 중요해지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다음 중 어떤 것이 국내 M&A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가? ①정권 교체 ②포스트 코로나 19 ③인플레이션 심화 ④공급망 병목 현상 심화 ⑤자원 안보 분위기 심화 ⑥금리 인상 (기타 다른 의견도 괜찮다)
 
-언급된 모든 요인이 중요하지만 금리인상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금리인상은 일단 딜의 수요자 입장, 즉, 사모펀드의 조달금리와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또 금리가 오르면 소위 한계기업들에 대한 딜 공급이 생겨난다. 한계기업이라는 표현은 저금리 시대에 5% 미만의 영업이익율을 올리며 운영되던 기업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이런 기업들도 자금을 조달하고 이자를 내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순간 부도 위기에 직면한다. 그간 빠른 속도로 커온 성장기업,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도 마진이 줄어든다. 자연히 고수익과 성장사업 부분의 직간접 지원을 통해 유지되던 한계 산업들도 정리가 시작된다.
 
대기업들의 저수익 사업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지연된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고수익 사업에서 돈을 벌어서 한계 사업을 지원했지만,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성장률이 낮은 산업군의 사업부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다. 비용 조정 등 수익성 개선에 노하우가 있고, 특정 고객이나 기술, 인력이 필요한 중견기업이나 사모펀드들에게 인수 검토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국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전통 중후장대 산업의 많은 기업과 협력업체 들이 높지 않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 구글 처럼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은 기준금리가 3%로 올라도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이들은 다르다. 영업이익율이 3% 이내의 기업들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이전과 같은 수준의 사업성과로는 금리인상기의 시장을 버틸 수 없다. 두자리수 영업이익율 수준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하여 산업전환 또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주된 사업의 경영활동이 되어야 한다.
 
△일종의 한계기업이 나오는 것은 물론 대기업 내의 사업부도 정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한계사업이란 지금 현재 적자라는 의미보다 수익성이 매우 낮고 미래 성장이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의미다. 영업 마진율이 낮아서 고금리 시대에 힘든 사업들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사내 벤처, 사내독립기업(CIC)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M&A를 할 수도 있다.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서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의 아이디어 제공, 딜 참여 독려 등의 업무도 M&A 자문의 영역이다. 최근에 대기업들에 M&A를 제안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지 궁금하다.
 
-두 가지 측면을 본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는 곳은 미래 성장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 그러면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는 곳을 검토해 인수를 권유한다. 다른 하나는 기존 보유 사업 중 한계사업에 해당하는 곳의 구조조정을 자문할 수 있다. 현재는 계열사 중 한계사업에 해당하더라도 다른 기업 또는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면 주력이 되거나 변화의 모티브를 제공할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잠재적 인수 고객까지 검토하여 논의한다.
 
△최근 빅딜이 뜸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분석 중인가?
 
-한국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독점과 공정경쟁에 대한 논란이 심해졌다. ARM과 엔비디아 딜이 무산됐고, 한국에서도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대한항공-아시아나 딜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단순히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 정부가 그들 공급시장에 미칠 영향을 교차 검증한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독과점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인상, 동유럽 지역의 상황도 영향이 있다. 금년도 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4.9% 수준이었는데 최근 3.6%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 서유럽 지역은 점층적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유지하겠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성장세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고, 금리인상에 따른 할인율 변화로 밸류에이션은 내려갈 것이다.
 
△앞으로 조 단위 이상의 빅딜이 있다면 어디 섹터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메타버스 등 디지털 분야다.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그냥 게임회사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메타버스는 IT가 아니라 전 업종, 패션 식음료 자동차 등 모든 업종에서의 화두다. 인류 삶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기업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분야다 보니 딜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 다음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환경 분야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기업의 투명성 확대를 위한 딜도 함께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에너지, 2차전지, 로보틱스, 제약,바이오 등 역시 큰 딜이 나타날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멀티플 배수가 높아진 모습이었다. 올해는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메타버스, ESG, 플랫폼에서 딜이 먼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성장성이 높은 쪽에 M&A 시장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주요 사모펀드들도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가 많기 때문에 당장 멀티플이 급격히 낮아질 것 같진 않다. 다만 한계기업들의 경우 멀티플이 더욱 내려갈 수 있다. 경기회복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치도 양극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바이오 기업들을 필두로 고밸류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한 바이오 IPO들이 DCF를 기초로 책정한 상장 당시 가치와 상당히 상이한 모습을 많이 연출했다. 고밸류 논란에 대한 한 회계사의 생각이 궁금하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특정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진단키트, 기술이전이 주를 이룬다. 이를 제외하면 임상에 실패했다거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산업의 특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제약 및 바이오업계의 잠재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과거 1980년대 전자공학과에 인재가 몰리며 반도체와 전자 산업이 발달했는데, 현재는 의대와 약대에 인재가 몰린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도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 국내에서 이런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여럿 있다.
 
도전적인 바이오 기업들은 오히려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과 M&A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R&D와 함께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다. 진단기업이나 FDA 임상 3상을 갔던 곳들이 기술특례 상장으로 시총 2~3조에 육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전, 임상만 바라보다 보면 임상 실패 한번에 주가가 크게 변동하고 경영 책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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