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HMM이 성공적으로 회생하면서 자연스레 다음번 성공적인 회생 기업이 어디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Y한영 회계법인의 김남형 파트너는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을 주목했다.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는 '4대 회계법인 릴레이 인터뷰' 코너의 주인공으로 김남형 파트너를 선정해 지난달 14일 '회생·워크아웃'을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김 파트너는 오랜 기간 워크아웃, 구조조정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회계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 관련 업무를 시작한 뒤 2016년부터 EY한영에 합류해 회생·구조조정 관련 업무에 15년 가까운 경험을 쌓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한진중공업, 금호아시아나,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다수 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고 재무진단을 수행했다.
정부의 추가 투자 결정은 시기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투자 결정 이후 창궐한 코로나19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며 해운 업황은 개선을 넘어 초호황기를 맞이했다. 선제적으로 발주했던 배들이 속속 운송에 투입되며 HMM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이 4조 6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기준으로 볼 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불과 3분기 만에 달성한 이익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남형 EY한영 파트너는 "채권단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서 성공한 케이스"라며 "HMM 같은 경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익성은 좋지 못한 가운데 손상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어려운 시기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마침 업황이 받쳐주면서 드라마틱한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김 파트너는 다음 타자로 케이조선을 지목했다. 수익성 악화와 분식회계로 2014년 상장폐지까지 당했던 케이조선은 지난해 7월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고 사명도 STX조선해양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김 파트너는 7~8년간 케이조선의 회생에 많은 시간을 투입한 전문가다. 경영정상화부터 계열사 매각 자문, 리파이낸싱, 재무진단, 투자유치까지 정상화 과정의 거의 모든 단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그만큼 애착도 상당했고, 상당 기간을 케이조선과 함께했다. 그는 "최종 (케이조선의) 딜 클로징을 하면서 시집보낸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케이조선의) 매각 과정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조선업황 회복이 본격화 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케이조선의 재무적투자자들 내부에서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6차례 열리는 등 인수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매각 기간만 1년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 결국 유암코와 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그 사이 조선업황은 크게 개선됐다. 더구나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메이저 3사와 달리 케이조선은 철강 가격 상승 이후 수주를 진행한 덕에 후판 가격 상승분을 선사들에 전가할 수 있게 됐다. 김 파트너는 "당시 `빅3'는 수주가 많았던 반면 STX조선해양은 수주량이 적었다"며 "매각 완료가 늦어지는 가운데 강재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오히려 타사 대비 손실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조선에 대해 따뜻한 조언도 남겼다. 업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큰 조선업의 특징을 고려해 최적의 수주량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김 파트너는 "업황이 좋다고 과거처럼 일을 크게 벌이면 또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상선만으로 100억 달러를 수주한 것은 수요가 엄청 많았다는 의미다. 다만 과도한 수주가 아니었냐는 의견, 급등한 강재 가격 등을 고려해 어느 수준이 적정한 수주 물량인지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김남형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딜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3년부터 케이조선 구조조정 자문을 했다. 굉장히 많은 국민 혈세가 들어갔고, 외부에서 비판도 많았던 사례였다. 정상화 과정까지 들어갔던 노력들도 많았다. 대규모 인원이 구조조정된 것은 물론 임금도 많이 삭감됐고, 어려움이 많았다. 작년에 투자유치를 통해 민간으로 매각됐다. KHI와 유암코 컨소시엄이 인수했는데 최종 매각까지 대략 1년 6개월가량이 걸렸다. 최종 딜 클로징을 하면서 시집보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각 과정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 당시 해운 메이저 3사는 수주가 많았던 반면 STX조선해양이 수주량이 적었다. 매각 완료가 늦어지는 가운데 강재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오히려 타사 대비 손실이 줄었다.
△케이조선의 경우 경영정상화 계획부터 매각자문, 재무진단, 마지막 투자유치 등 회계법인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역할에 참여했다. 당시 자구방안 만들고 할 때 무엇에 가장 초점을 맞췄는지?
-케이조선은 조선업이 호황기였던 2000년대 말 이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호황기 당시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켰는데,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가능했다. 직접 조선소에서 배를 다 만든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만들어서 당시 STX조선으로 가져오면, 조립만 맞춰서 내보내면 매출이 상승했다. 실제 생산능력(CAPA)이 10이라면 거의 50 수준으로 생산이 이뤄졌다. 구조조정 단계에서는 이런 부분을 실제 CAPA에 맞춰 몸집을 줄였다. 외부에 일감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배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버틸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뼈아픈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지금은 새로운 싹이 나는 과정이고 시황도 나쁘지 않다. 다만 업황이 좋다고 과거처럼 일을 크게 벌리면 또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대부분 조선사들이 마찬가지다. 올해 업황이 굉장히 좋았다. 메이저 3사가 모두 백 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는데, 근래 없었던 일이다. 과거 해양플랜트는 사업 하나가 2조원에 육박했다. 상선은 LNG선이 약 2000억원 정도 한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상선만으로 100억 달러를 수주한 것은 수요가 엄청 많았다는 의미다. 다만 과도한 수주는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다. 업황이 좋다고 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강재 가격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느 수준이 적정한 수주 물량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HMM 정상화 과정에도 일부 참여했는데, 회생에 성공한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채권단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서 성공한 케이스다. 과거에 엘지카드 같은 경우도 채권단의 자금 지원 이후 자금 회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HMM 같은 경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기존 50만 TEU였던 선복량을 100만 TEU까지 늘렸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라고 본다. 수익성은 좋지 못한 가운데 손상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인데 투자해서 달려보자고 한 경우다. 다행히 업황이 좋아지면서 잘 맞아떨어졌다. 아무리 정상화 플랜을 잘 짜고,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하더라도 업황이 바뀌지 않으면 쫓아갈 수가 없다.
어려운 시기에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마침 업황이 받쳐주면서 드라마틱한 성과를 냈다. 해운사가 조선소에 배를 발주하면 2~3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을 거쳐 배들이 속속 들어와서 선단 규모가 늘었을 때 코로나19 사태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이 났다. 영업이익이 3분기까지 4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HMM 같은 기적이 또 한 번 나올 수 있을까?
-구조조정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다. 뭔가 적극적으로 하려고 해도 업황이 받쳐줘야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관점으로 시작한다. 시동을 다시 걸고,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것은 매각 이후 새로운 주인이 해야 되는 과정이다. 이런 기회를 빨리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채권단이 오래 들고 있기보다는 빠르게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새 주인을 찾아봐야 한다. 결국 주인이 있어야 적극적인 플랜도 만들 수 있고 턴어라운드도 가능하다.
HMM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도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타난 케이스다. 업황의 힘이다. 다만 강조했듯이 채권단이 잘 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선박을 거의 2조원 발주를 했는데, 컨테이너까지 고려하면 4조원 수준의 자금이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시장을 잘 읽었던 결정이라고 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나타난 것에 수혜를 입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부 기업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재무적으로 숫자를 '예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손상차손을 인식한 다음에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빅 배스(big bath)' 등이 대표적이다. HMM(구 현대상선)도 그런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실제로는 손상처리를 했어야 되는데 안 하고 버티는 경우들도 많다. 어떤 기업, 예컨대 HMM처럼 선박이나, 아시아나처럼 항공기를 보유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런 자산들은 장부가, 취득한 가액으로 반영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 자산으로 인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력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손상 기준서에 따르면 손상은 그 자산의 '사용 가치'와 '순공정 가치'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장부가액이 떨어지는 경우 인식하게 된다.
만약 경영정상화 과정에 들어간 기업이라면, 해당 자산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5000억원의 자산을 샀다면 이걸로 장사를 해도 벌어들이는 현재가치가 3000억원밖에 안된다. 그럼 손상을 인식하는 게 맞다. 의도적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손상을 가속화하기보다는 (기준서에) 맞게끔 처리하는 과정이고,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
△규정을 다소 왜곡해서 해석할 가능성은 없는 건지.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먼저 지배 구조가 바뀐다.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는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입장에선 거꾸로 손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채권단이든, 혹은 매각을 통해 들어온 새 주인이든 지배권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반영하지 않았던 부실들을 인식할 수 있다. 이를 가속화해서 살아남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자산을 감액하는 게 적정한 재무제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
△각각의 딜마다 거래구조가 다를 텐데,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조조정 관련 기업들은 시장에서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다. 관심을 가질만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채권단의 손실도 최소화해야 한다. 즉 채권단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시장에서 매각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매력적인 매물이 되기 위한 채무 조정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또 이걸 채권단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이 중요하다.
△후배 회계사들에게 실사(FDD)와 가치 평가(Valuation)를 할 때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한 마디 조언을 부탁한다.
-구조조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일반 실사, 가치 평가 팀보다 힘든 부분이 있다. 또 채권자들이 보고서 구석의 숫자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편이다. 채권의 가치와 권리관계, 배분 등을 치열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실사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큰 편이다. 다만 평소 강조하는 것은, 그래도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되면 보람이 있지 않느냐는 점을 많이 이야기한다. 또 업무 과정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장에서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진행해 본 사람에 대해서 평가나 반응이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