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비트코인... 정기예금에 돈 몰린다

2022-05-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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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개월 만에 4000만원선 붕괴

테라 등 국산 코인도 폭락... 美서 규제 요구

기준금리 인상에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

원·달러 환율도 장중 1290원 돌파하기도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자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던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약 9개월 만에 4000만원 선이 붕괴됐다. 국산 암호화폐 테라는 90% 이상 폭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기 예·적금, 저축성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달러도 강세를 이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들이 해소될 때까지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오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3800만원대에 거래됐다. 이날 새벽에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자 비트코인 가격은 4000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한때 3700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40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해 7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작년 4~5월 비트코인이 최대 8000만원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반 토막 난 셈이다.
 
시가총액이 둘째로 높은 이더리움도 전일 대비 10% 하락한 260만원에 거래됐다. 국산 암호화폐 루나는 전일 대비 92%나 하락했고, 테라 또한 20% 하락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개발자 출신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다. 두 코인 가격이 급락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주자 미국 의회에서는 암호화폐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의원은 "아주 복잡한 상품(암호화폐)은 미국 국민이 힘들게 번 돈을 위험에 빠트리고, 다른 경제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당국에 규제를 촉구했다.

이번 암호화폐 폭락 사태는 전 세계 주요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위험자산인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4월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8월 대비 22조원 이상 증가한 274조715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전월 대비 8조2000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전월 대비 5조원가량 증가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중국의 대도시 봉쇄로 유로화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90원대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90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문종진 연세대 교수는 "주식과 암호화폐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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