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바람을 타고 팽창했던 금융시장이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50bp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발표한 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맥을 못추고 있다. 올해 들어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09%, 나스닥 지수는 25.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59% 각각 하락했다.
지난 해 말 120조 달러 수준이었던 세계 주식 시가총액은 이달 9일 기준으로 21조 달러 가까이 감소하며, 1년 반만에 처음으로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00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역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세계채권종합지수의 움직임으로 미뤄 2021년 말 기준으로 140조 달러 수준이던 채권 가치는 올해 5월 9일 현재 17조 달러 줄어든 123조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밝혔다.
올해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던 에너지주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 지난 9일 중국의 봉쇄정책에 유가가 흔들리자, S&P500의 에너지 부문은 8.3% 폭락했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7만 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반토막 났다.
그러나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늦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연준 인사들은 앞으로 두세 차례의 50bp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연준 의사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75bp 인상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75bp를 영원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두서너 번의 50bp 인상을 단행한 후 인플레이션의 추이를 지켜 보면서 인상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혼란은 기업의 자금 조달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세계 신규 주식공개(IPO) 조달액은 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다. 회사채 발행액도 4월 기준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