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물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동시에 6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추진해 제대로 된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추경이 '공약 1호'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결정이었다지만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59조4000억원 규모의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을 편성했다. 일반 재정지출 36조4000억원과 초과세수에 따른 법정 지방이전지출 23조원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재정지출로만 36조원이 넘는 돈을 시중에 풀면 안 그래도 속도를 높이고 있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규모 유동성이 이전지출돼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면 이로 인한 물가 상방압력은 0.1%포인트 수준으로 전문가는 보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경만으로 5% 돌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잇달아 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이션 방어에 나선 시점에서 대규모 손실보상금이 풀리면 금리 인상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나친 돈 풀기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긴축 속도를 줄이지 않는 데다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당겨 써버리면 더 큰 위기에 활용할 정책도 사라지게 된다.
다만, 정부는 추경이 물가 자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이전지출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 "동일한 금액의 재정지출이 있을 경우, 이전지출이 정부 소비나 정부 투자에 비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3~1/5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2차 추경안을 확정하고 1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정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추경안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상임위별 심사를 진행한 뒤 5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인 26∼27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