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은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분기 큰 폭의 증가로 미국의 가계부채가 15조 8400억 달러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부채의 규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무려 1조 7000억 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다만 부채로 인한 부실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뉴욕 연은은 설명했다. 2020년 팬데믹 전에 비해 가계 재정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가계 신용카드 부채는 전분기에 비해 150억달러 줄었다. 지난해 연말 휴가 시즌 지출을 소비자들이 일부 상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전에 비해 신용카드 부채는 710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미상환 부채 중 상당 부분을 높은 신용점수 대출자들이 부담하고 있이기 때문에 가계 재정은 순자산 측면에서 양호한 상태라고 뉴욕 연은은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분기에 작년 말에 비해 2500억 달러나 늘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른 주택 가격 탓에 소비자들이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이 서둘러 구매에 나선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공개된 뉴욕연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4월 기준 6.3%로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가계 지출은 사상 최고인 8%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각 가계가 스스로의 재정상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저소득 가계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재정적 압박이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소비자들의 자신감 회복은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계에 쌓인 저축이 시장에 소비로 풀릴 경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물가인상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랜트 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완충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소비자들이 가진 완충재가 더 많을 수록 소비가 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많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와 금융 시장 사이의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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