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거의 막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안건 조정을 위한 국회 법제사법상임위원회 단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육탄 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국회선진화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국회가 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강행 추진되리라는 예상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가 검찰권 약화보다 검찰권 강화 또는 독립 쪽으로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검찰공화국’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도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때나 가능한 일이 된다.
민주당 내부에는 검수완박 통과 명분이나 의지는 차고 넘친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은 검수완박 법안에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시간적인 문제다. 국민과 민생을 위하는 검수완박 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조건 4월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는 민주당 지지층이거나 검수완박 법안에 적극 찬성하는 국민들에게 수용되는 논리이지 다수의 국민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이다. 둘째로 내용의 모호성이다. 민주당 측 원안은 남아 있는 6대 범죄의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것이고 여야가 합의했던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은 경제와 부패 수사는 남겨두는 내용이고 정의당이 제안한 부분은 경제, 부패에다 일정 시간 동안 선거 수사까지 검찰에 남겨두는 내용이다. 그 외 다소 복잡한 법적 문구까지 포함되어 있다. 일반 국민들이 충분한 이해한 후에 찬성과 반대 의사를 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 국민투표 부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헌법 제72조에 의해 ‘외교, 국방, 통일 등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현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물론 검수완박 법안이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재외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과가 남아 있고 관련 법안이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하기 힘들 것으로 유권해석한 국민투표를 한결같이 주장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방선거까지 민심을 견인하는 전략이다. 여론조사 결과까지 비우호적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부당성을 강조하고 지지층들에게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줄 것을 호소하는 선거공학적 전략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심판론이 선거 결과를 이끌지 않았는가. 검수완박에 대한 법과 제도적 평가는 역사가 담당하겠지만 당장의 평가는 지방선거 때 허리케인급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