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역전 우려...경기 침체 신호탄 될까

2022-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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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물가상승으로 연준의 '빅스텝' 등 금리 인상 가속화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현실화 여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미국 금리인상 가속 전망과 장·단기금리역전'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는 경험적으로 증명됐으나 경기침체 시기에 대한 예측력이 미흡하고 최근의 금리역전은 연준의 빈번한 정책 가이던스 변경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하며 1981년 12월(8.9%)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연준 위원들은 지난달 FOMC에서 오는 5월 이후 자산규모를 축소하는 이른바 '양적긴축' 개시에 동의하고 금리 인상을 단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필요성도 거론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보다 더 가파른 금리 조정을 뜻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미국 시장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금리의 빠른 상승은 차입비용 증가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과 소비성향 악화, 나아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상황 속 장·단기 금리 역전은 연준이 기준금리 예상치 등 정책가이던스를 빈번하게 변경한 점을 반영했을 가능성과 장기금리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 판단이다.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신호라는 점은 과거 경험을 통해 증명됐으나 침체시기 예측에 대한 일관성은 미흡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연구소 측은 "1980년 이후 미국은 저축대부조합 연쇄파산사태(1990년 7월), IT버블 붕괴(2001년 3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2007년 12월), 코로나19(2020년 3월)에 이르기까지 총 네 차례 경기침체를 경험했는데 네 차례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먼저 발생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 발생까지 소요된 기간이 일정하지 않고 이 기간 중 자산시장과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사례가 다수였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각각 다른 요인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장기금리의 경우 투자자들의 경기 및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중앙은행 정책에 따른 채권시장 수급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또한 과거에는 예외 없이 장기금리 하락 혹은 횡보하는 과정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단기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이에 연구소 측은 "향후 물가 안정에 따른 연준의 긴축 가이던스 변화가 일단락된 이후 미국의 단기금리 하락과 더불어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이 같은 금리역전 움직임 속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에 서면 답변에서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기대 등으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일시적으로 역전됐는데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장·단기 금리차가 아직은 상당 폭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의 일시적인 역전은 주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선호) 발언 등으로 연준의 연속적인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통화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러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이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국고채 3년물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둔화에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향후 미국 경기가 실제로 둔화될 경우 국내 경제의 성장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 경제의 경우 고용상황과 소비여력을 볼 때 성장흐름이 비교적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경기의 둔화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한 "한은은 지난 2월 7일과 이달 5일 각 2조원의 국고채를 단순매입 하는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가격변수 움직임, 자본유출입, 환율 변동과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경기침체 전조현상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기침체에 선행성이 높은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 등에서는 특이징후가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차의 역전 현상도 해소되며 소폭 확대 추세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격차의 일시적 역전만으로 현시점에서 경기침체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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