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매화에 이르는 길] ⑧ '침묵의 살인자' 혈관성 치매

2022-04-23 06:00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홍승완 기자]

치매(Dementia, 癡呆)라는 병은 정상적이었던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돼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저하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는 낭만적으로 표현이죠.

아주경제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의 저자인 뇌신경외과 전문의 최낙원 박사와 함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매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열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Q.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가장 많은 유형이라면, 그다음 많은 유형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다음으로 많이 생기는 치매는 뇌의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다.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생기므로 급격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최혈관 질환으로 뇌 조직이 손상을 입어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다. 각종 뇌혈관이 원활하게 운행되지 않아 발병하는데, 보통 50~60세에 발생하고 남성이 더 많이 발병한다는 통계적 결과를 보인다. 
뇌혈관 질환의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치매의 양상과 예후 등이 다르고, 인지기능의 발현 기전이 모두 달라 실제 임상에서는 각 원익적 뇌혈과 질환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에서 알츠하이머성과 뇌혈과 질환이 겹쳐 심한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예가 많다. 과거에는 혼합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병리기전과 용어의 의미를 고려해 '뇌혈과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지칭한다. 그 밖에도 치매가 경도인지장애이거나 뇌혈관 질환에 의한 요인이 관여된 경우를 모두 포함해 혈관 인지 장애 질환이라고 한다.

조금 범위를 좁혀서 설명하면, 대부분의 혈관성 질환은 인지기능 저하가 갑자기 발생한다. 명확한 뇌혈관 질환, 주로 기저질 아래의 동맥의 허혈성 변화(대표적으로 경색)를 보이는데 주로 시상핵, 전두엽, 해마 등에 많은 병변이 생긴다. 뇌졸중 후 발병하는 것으로 '중풍을 앓은 후 갑자기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라고 느낀다면 혈관성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소혈관 질환에서는 뚜렷한 마비, 발음장애, 의식저하 등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실제 나타난 적은 없지만 뇌영상검사에서는 뇌 실질의 허혈성 변화로 마치 알츠하이머병처럼 서서히 진행하는 양상의 인지기능 저하를 보일 수 있다. 뇌파검사에서는 서파(느린파동)가 많이 보이며, 아세틸콜린의 활성이 저하되어 반응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통 노인성 치매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Q.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비교했을 때, 혈관성 치매 증상은 어떤 차이가 있나?

혈관성 치매 증상은 일반적인 치매와 유사하다. 혈관성 치매에는 기억 장애가 뚜렷하지 않고, 수행 기능이나 언어 기능 등 다른 영역의 인지 장애가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 마비나 감각 이상이 생긴다. 뇌졸중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팔다리나 얼굴 부위의 감각 이상이나 마비 현상으로 뇌졸중이 생기는 반대편에 발생한다. 

언어 장애는 오른손잡이의 95% 정도가, 왼손잡이의 50% 정도가 왼쪽 뇌가 손상됐을 때 발생하는데, 손상 부위에 따라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글을 읽지 못할 수 있다. 혈관성 치매는 아래와 같은 단계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의 증상>
①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바뀐다.
② 배뇨 기능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소변을 갑자기 보고싶거나, 참지 못하게 된다. 
③ 계산을 제대로 못하며 언어에 장애가 온다.
④ 기억력이 줄어들어서 소소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⑤ 감정이 크게 변하게 되며 우울했다가 즐거워지기를 반복한다. 
⑥ 물건의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⑦ 날짜와 시간에 관한 생각이 줄어든다. 
⑧ 공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길을 잘 잃는다. 
⑨ 늘 보던 사물과 사람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⑩ 모든 일에 무관심해 진다. 

혈관성 치매는 뇌에 혈액이 정상적으로 공급이 안되면서 발생한다. 이때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갑작스러운 발병을 보이거나 계단식 악화를 보여 심각한 기억력 손상이 온다. 
Q. 알츠하이머성 치매처럼 혈관성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

혈관성 치매는 정말 다양하다. 혈관성 치매의 분류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발성뇌경색 치매, 주요부뇌경색 치매, 피질하혈과 치매이다. 

다발성뇌경색 치매나 주요부뇌경색 치매는 임상적으로 뚜렷한 뇌졸중 이후에 발생하지만, 피질하혈관 치매는 임상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고, 환자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나타나며 서서히 진행되기도 한다. 국내에는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피질하혈관 치매를 가장 흔한 타입으로 여긴다. 다발성뇌경색 치매는 생각 보다 매우 드문 것으로 여겨진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손상된 뇌의 모습[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Q. 다발성뇌경색 치매는 어떤 특징이 있나?

다발성뇌경색 치매는 주로 큰 두개골 내 혈관의 죽상경화성 협착이나 심장 질환에 의한 뇌색전, 또는 저관류로 인한 대뇌피질에 다발성 허혈성 뇌손상이 생겨 인지장애가 초래된 경우다. 다발성뇌경색 치매는 동맥경화성 치매와 함께 뇌혈관 질환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국소적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여러군데 나타나며, 잦은 재발로 점차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알츠하이머는 점진적인 인지기능 장애를 보이지만, 다발성뇌경색으로 인한 치매는 계단형 양식으로 재발에 따라 인지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실어증, 반신마비, 감각장애를 동반하며 인지기능 장애의 계단식 악화, 이상 운동증, 시야 장애 등 뇌졸중으로 인한 다른 신경 비교적 뇌졸중과 치매 발병 기간과의 인과적 관계가 뚜렷하다. 

다발성뇌경색성 치매는 뇌졸중의 말기 증상으로 주로 나타난다. 그래서 병력상 작은 뇌졸중 재발 기왕력을 알아낼 수 있으며,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뇌경색을 확인할 수 있다. 
Q. 단일뇌경색 치매는 무엇인가?

다발성뇌경색과 달리 단 하나의 작은 뇌졸중이 병변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심각한 인지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를 전략경색 치매라고 한다. 대표적인 부위는 좌측 모이랑(angular gyrus), 하부 내측 측두엽, 내측 전두엽, 시상, 미상핵 등이 있다. 

이는 편 마비(반신불수) 없이 갑작스러운 무감각이나 기억 장애, 수행 능력 장애를 보인 수 있으니 우울증이나 정신과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Q. 피질하혈관 치매는?

피질하혈관 치매는 소동맥 질환에 의한 피질하 영역의 다발성 열공성뇌경색이나 심한 백질변성으로 생기는 치매다. 이전에는 잘 인식되지 않았으나 현재 혈관성 치매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유형이다. 

열공성뇌경색은 뇌 내 소혈관이 폐쇄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좌측 모이랑, 시상 등에 발생할 때 특히 인지기능 장애가 잘 나타난다. 또한 열공성뇌경색은 기억과 관련된 핵심 부위가 손상을 받아 작은 병변으로도 치매가 나타난다. 

이렇게 뚜렷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병변은 전두엽의 피질과 피질하 부위를 이어주는 신경회로를 절단해 실행 기능과 동기 유발, 사회생활에 필요한 행동 조절에 장애가 생긴다. 다시 말해, 주의력 저하가 흔하게 나타나고, 기억 과제에서는 지연회상에서 수행 저조 및 언어 유창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비교하면 수행 능력은 뛰어나다. 
Q.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생긴다는데, 그 차이는 무엇인가?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혈관질환(뇌경색 또는 뇌 허혈 상태)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최출혈)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 여러 차례 재발하면서 뇌의 여러 부분이 상해서 생기는 경우(다발성뇌경색)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단 한차례의 뇌졸중으로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출혈성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보다 증상이 급성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알츠하이머병과 비교하면 걸음걸이가 더 불편하고 말이 어눌하고 한쪽 마비를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뇌 속의 작은 혈관들이 조금씩 막혀 들어가는 환자는 뇌졸중 증상들을 모르고 지내기도 한다. 치매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Q. 귓불 주름만으로 혈관성 치매를 알 수 있다는데?

'귓불 주름을 보면 치매의 여부를 알 수 있다'라는 주제를 다룬 건강 프로그램을 본 적인 있나? 인지 장애를 앓는 환자,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471명과 정상인 243명의 귓불 주름을 관찰했다. 대각선 귓불 주름이 없는 정상인(107명) 중 내뇌백빌변성 진단을 받은 사람은 192명(69.2%)에 달했다. 이들은 "대각선 귓불 주름의 존재 여부는 혈관성 치매의 원인인 대뇌백질변성의 심한 정도와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인 아밀로이드베타 양성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다만 대각선 귓불 주름은 노화와 연관된 신체 증후로,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증후들을 통치 '무증상성뇌경색'이라고 부른다. 

Beta-Amyloid Plaques and Tau in the Brain[사진=flickr]

Q. 무증상성뇌경색은?

무증상성뇌경색은 주로 뇌의 미세 출혈로 발생한다. 뇌 미세 출혈은 대뇌아밀로이드맥관병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발병 당시 환자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MRI 사진에서도 발생 시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만성적으로 허혈성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다.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 감퇴, 목 부위 통증, 손발 저림 같은 증상 때문에 병원에 와서 뇌 MRI를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병 방시 환자가 뇌경색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전형적인 뇌경잭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부위에 생겼기 때문이다. 무증상성뇌경색은 고령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일반적인 뇌경색 위험 인자를 가졌을 때 더 많이 발견된다. 무증상성뇌경색이 발견됐지만 단지 미세한 인지기능 저하나 운동 능력 저하가 대부분이기에 당장 큰 불편이 없다고 느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무증상성뇌경색을 앓는 사람은 급성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 보다 2~3배 높고, 치매 발병률도 2~3배 높다. 

따라서 무증상성뇌경색을 겪은 사람은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제 약물 처방 등 급성 뇌경색 발병을 예방하는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약물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2년에 한번씩 뇌 MRI를 찍어 이전의 상태와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Q. 고혈압과 혈관성 치매의 상관관계는?

혈관성 치매 중에 가장 연관이 깊은 질환을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만성적 질환으로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또한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 전 단계일때에도 뇌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고혈압 전 단계인데도 뇌 미세 출혈이나 확장 같은 문제들이 발견됐다. 특히 열공성 뇌경색의 경우 고혈압 전 단계 그룹에서 발병 위험이 1.7배 가량 높았다. 뇌 미세 출혈의 발생 위험도 2.5배나 높았다. 결국 고혈압 환자만이 아니라 고혈압 전 단계로 판정 받은 환자들도 뇌의 미세혈관 질환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많은 사람이 고혈압 전 단계는 혈관성 치매와의 관계가 다소 멀리 있다고 여겼지만, 적극적으로 초기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을 이제라도 인색해야 한다. 
Q. 혈관성 치매도 알츠하이머성 치매처럼 유전적 요인이 있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동맥경화 등 기본적으로 심혈관 대사에 영향을 끼치는 질병들은 2차 병변이라 치매로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혈관성 치매를 유발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깊은 관계가 있는 ApoE 유전자다. ApoE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콜레스테롤 대사에 영향을 미쳐 치매뿐 아니라 심장병,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성을 많이 증가시킨다. 그 중 ApoE4형의 유전자가 뇌졸중의 위험성을 가장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린 9p21 염색체 부위의 변이 또한 뇌졸중의 위험을 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맥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변이도 뇌졸중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처럼 혈관성 치매도 ApoE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Q. 뇌졸중 이외에도 어떠한 질환이 혈관성 치매를 유발하나?

뇌졸중 보다 흔하지는 않지만 뇌동맥류라고 불리는 질병도 혈관성 치매와 관련이 있다. 뇌동맥류란 선천적 또는 어떠한 후천적 원인으로 약한 혈관 벽의 한 부분에 혈류가 계속 부딪혀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동맥류 자체는 유전 질환이 아니지만, 가족력과 연관이 있고 유전적인 위험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 중에 뇌동맥류 발병자가 있다면 나머지 가족도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의 위험이 큰 사람든 혈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금연은 필수다. 뇌동맥류 발병 위험이 있는 아동은 신체 접촉이 많은 운동을 자제하고 머리 보호 헬멧 등을 꼭 착용해 뇌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