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께 빈소가 차려진 강남 성모병원을 찾아 고인을 넋을 기렸다. 한 변호사는 지난 20일 저녁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으셨지만,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으며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면서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돼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 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며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돼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됐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돼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됐다”면서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한 전 원장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함께 대통령의 대리인단으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한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선거 승리를 도운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한 전 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