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의 대표 잣대인 '외식 물가'와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재료비와 배달료 인상, 일상 회복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짙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t(톤)당 409.13달러로 1년 전(231.39달러)보다 76.8%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곡물 시장에서 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에 나선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가파르다. 노동집약산업인 만큼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품목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오징어는 온난화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곡물 국제가격 상승으로 국내 가공식품, 배합사료 및 축산물 압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대체 원산지 개발과 국내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비축 등 국내 공급 기반 확대와 국제곡물 유통 부문 진입을 통한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외식 물가까지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3월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갈비탕(11.7%)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죽(10.8%), 햄버거(10.4%), 생선회(10.0%)도 작년 같은 달보다 10% 이상 올랐다. 짜장면(9.1%), 김밥(8.7%), 짬뽕(8.3%), 치킨(8.3%) 라면(8.2%), 설렁탕(8.1%), 떡볶이(8.0%)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공식품 등 식자재 가격과 배달료가 오르면서 원가가 상승했고 경기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외식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소비가 이전되는 측면이 있다"며 "수요 회복과 원가 상승이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식 가격은 농축수산물 등과 달리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한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데다 추가 상승 요인도 적지 않아 우려가 나온다.
천 부연구위원은 "식료품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생산자는 재고 소진 후 새로 식자재를 구매할 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 제한 완화도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 추가적인 상승 요인이 아직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