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들의 긴축 압력을 높인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식과 같은 자산 가격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업 실적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식할 정도로 양호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원자재 등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큰 상황에서 이를 이겨낼 만큼 강력한 실적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연준은 물가 안정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지그몬트 하베스트변동성관리 리서치본부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 관계자들의 강력한 매파적 발언은 가장 낙관적인 투자자들마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약세장 환경에 놓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낙관주의자들도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1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년 만에 최고치인 2.78%까지 올랐다. 차입 비용 증가는 기업들의 향후 수익률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성장주 가격들은 최근 시장에서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향후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돌입하면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시장에 팔면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와는 반대로 금리(수익률)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향후 하락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물가 고점 징후에도 연준은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물가 상승세가 표면적으로 낮아진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실업률이 계속해서 내려간다면 연준은 아마도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세가 완만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고용 호조에 따른 물가 압력이 사라지기 전에는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를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캐런 다이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연말까지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분의 1이나 된다고 내다봤다. 다이넌 연구원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면서 내년 중순까지 4%를 웃도는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더욱 급격하게 긴축에 나서면 경기는 후퇴가 불가피하다. 결국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커진 중국의 성장 둔화 위험 역시 경기 침체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이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이러한 요인들이 경제를 적어도 연말까지 (미국 경제를) 완만한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대략 3분의 1은 된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물가가 미국 경제 회복세에 확실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자료를 통해 "'인플레이션 쇼크'는 악화하고 있고 '금리 쇼크'는 시작에 불과하며, '불황 쇼크(recession shock)'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트넷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까지 와서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경기에 민감한 주택 건설업체, 반도체 제조업체, 소형주, 소매 관련주의 하락을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의 가격 움직임이 매우 침체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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