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는 전자 업계의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난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전자 제품 판매가 늘면서 주요 부품사들은 올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출하량 상승세가 올해 1분기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은 100%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카메라 모듈 역시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오히려 삼성전기의 반도체 기판, MLCC 등 주요 사업 수익성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반도체용 기판 가운데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 Flip Chip-Ball Grid Array)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까지 약 1조원 규모의 관련 생산설비 투자 확대를 예고한 만큼, 향후 공급난이 삼성전기에는 오히려 우군이 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LG이노텍의 올 1분기 매출은 3조8034억원, 영업이익은 32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매출은 23.9% 성장한 수치로 역대급이 예상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에 힘입어 3000억원대를 유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록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13의 판매량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유리한 프로 라인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 실적에 긍정적"이라며 "기판소재 부문에선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의 매출액이 기존 예상대비 주춤한 반면 패키지기판의 매출액은 5G 중심으로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폰 차기작에 4800만 화소 카메라 탑재로 평균판매가격이 상승해 올 하반기 광학솔루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기판에 힘을 주고 있는 LG이노텍은 올해 반도체 기판의 영업이익 비중이 20.7%로 늘어, 전년 대비 6.6%p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투자를 발표한 FC-BGA 관련 매출은 오는 2024년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전장사업은 아픈 속가락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올 1분기에도 흑자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LG이노텍 전장사업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