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를 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나스닥100지수가 상승할 경우 3배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된 ‘ProShares UltraPro QQQ ETF’를 1억5719만 달러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의 2억5005만 달러, 홍콩 항셍지수를 추종하는 ‘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 ETF(HKD)’의 1억6106만 달러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눈에 띄는 점은 거래 금액이다. ‘ProShares UltraPro QQQ ETF’의 3월 한 달 매수 금액은 13억1172만 달러, 매도 금액은 11억5452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애플의 매수‧매도 규모인 5억9129만 달러, 3억4124만 달러 대비 매수 규모는 두 배 넘고, 매도 금액은 세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하락장에 투자하는 상품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가 하락할 때 3배의 이익을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Short QQQ’를 6651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순매수 규모 순으로 6위다. 매수 금액은 7억1272만 달러, 매도 금액은 6억4620만 달러에 달한다. 매수 금액 기준으로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3위에 해당한다.
CWEB로 알려진 디렉시온 데일리 CSI 차이나 인터넷 인덱스 불 2X(DIREXION DAILY CSI CHINA INTERNET INDEX BULL 2X SHS) ETF도 4389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CWEB은 CSI 해외 차이나 인터넷 지수의 일일 실적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주요 포트폴리오 종목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JD닷컴, 바이두 등을 담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고위험 ETF 투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시장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위험자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고위험 ETF 상품에 대한 투자 흐름은 서학개미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투자분석 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기초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P의 운용자산 규모는 115억 달러(약 14조703억원)로 작년보다 42% 급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다. ETP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합친 명칭이다.
WS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할 뿐 아니라 세계경제 성장세가 불확실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한 상품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승장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하락장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은 시장 상황과 정반대로 흘러간다면 손해도 곱절로 늘어난다. 가령 기초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1% 오르면 2% 오르는 반면 1% 하락하면 2% 손해를 보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초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거나 하락하진 않는다”면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려다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