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주총회에 상장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대주주와 사모펀드 간 표 대결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3%룰 적용으로 이수만 회장 측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사모펀드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조심스러운 의견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리는 SM엔터 주주총회에는 상근감사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 펼쳐진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이수만 회장(총괄프로듀서) 측이 각각 감사 후보를 낸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SM엔터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SM엔터가 보여준 행보에 따른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기존 이강복 SM엔터 감사는 2016년 선임 이후 현재까지 연임하고 있다. 이 감사는 이 회장과 서울대 동문이자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를 함께 지내는 등 인연이 깊다.
특히 이 감사는 감사로 선임되기 전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 SM엔터 사외이사로 일했는데 단 한 번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아 주주들 불만이 높았던 인물이다.
후임으로 SM엔터 측이 내세운 임 고문은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약 4년간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임 고문이 대우증권 사장 재직 시절 에스엠과 대우증권 간 유상증자 실권주 일반공모 주선 거래가 있었던 점에서 이번 후보도 독립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게 얼라인파트너스 측 주장이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는 감사 선임뿐만 아니라 SM엔터와 이 회장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서 용역 계약 해지도 요구하고 있다.
라이크기획과 체결한 계약이 주총 안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회계장부 열람권을 보유한 감사 선임을 얼라인파트너스 측에 넘긴다면 향후 라이크기획과 계약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라이크기획과 SM엔터 간 결별을 요구하는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SM엔터는 지난해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240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675억원 중 35%에 달한다.
문제는 라이크기획이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라는 점이다. 배당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회사 이익 중 상당 부분이 이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는 과거 KB자산운용 등 여러 기관들도 개선을 요구했던 부분이지만 SM엔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에스엠이 저평가받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라이크기획과 맺은 프로듀서 용역 계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적용되는 개정상법에 따라 상근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대주주 측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묶어서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얼라인파트너스 지분율은 0.21%(4만8500주), 특수관계자 합산 지분율은 0.91%에 불과하지만 승산이 있다. 이 회장 측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합쳐 18% 넘지만 상법에 따라 의결권은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60%에 달하는 소액주주 뜻에 따라 감사 선임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SM엔터 측도 주주들 마음을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M엔터는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당 200원 배당도 실시한다.
또 SM엔터 직원을 동원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을 직접 방문하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의결권을 위임하면 SM엔터 내 아티스트인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친필 사인까지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