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렌차이즈에서 근무하던 A씨는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쟁반을 꺼내다 떨어트려 재고정리를 하던 동료 B씨의 코뼈가 부러지게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 당했다. A씨는 다행이 B씨를 다치게 하려는 어떤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했고,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불송치 결정문을 받은 B씨는 황당했다. A씨가 어떻게 무혐의를 받았는지 설명 없이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이라는 문구만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이후 수사 절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소·고발을 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수사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기본권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인이 고소를 할 경우 보완수사 등 절차를 거치면 수사 첫 단계부터 기소까지 70여 가지의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어 수사절차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수사권한 분산과 상호 견제를 목적으로, 검·경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진행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가 많아지면서 고소인이 겪어야 하는 절차의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적으로 6대 범죄가 아닌 경우 경찰에 고소를 하게 된다. 이후 송치 여부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재수사, 고소인의 이의절차 등을 거치면 수사 단계는 늘어난다.
실제 지난 2020년 11월경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C씨를 고발한 D씨는 경찰의 사건 처리 지연으로 공소시효가 임박해 오자 마음을 조려야만 했다. D씨는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청할 경우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사 단계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지고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송치를 할 것인지 불송치를 할 것인지, 이유는 어떤 것 인지에 대해 마땅히 설명을 들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고소 사건 등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고소·고발인 입장에선 불송치 이유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지난해 인권위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의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행위는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는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경찰청장에게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례를 각 경찰서에 전파하라고도 권고했다.
그럼에도 변호사들 사이에선 경찰이 불송치 결정에 대해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답답하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검찰이 불기소를 할 경우 불기소이유서를 통해 무혐의 등 상세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과 비교된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이후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하고, 다시 경찰이 재수사를 하는 경우 고소인에게 사건의 경과와 이후 과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변호사 업계는 지적한다.
전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정솔)는 "피해자를 형사시스템의 당사자로 보고 있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형사시스템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에 집중하고 있지, 피해자들이 겪는 인권침해나 절차에 대한 주장을 조명하고 있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수사 절차는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한다. 하지만 수사절차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실정법이 없어 깜깜이 수사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절차법을 단일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개별단계에서 예측 가능한 절차법을 만들어 사건관계인이 충분하고도 완전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중복 수사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고, 고소인의 권리가 막혀 수사의 공백이 만들어 내는 정의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