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개막] 안보동맹 넘어 기술동맹으로…넓고 강한 협력 원하는 미국

2022-03-23 05:00
  • 글자크기 설정
미국은 지난 3월 한국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갈등이 격화하면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동북아 질서와 관련해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견제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 당선인의 차기 행보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당선인의 이념적 성향과 공약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외교가 미국 쪽으로 좀 더 기울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 안보관계를 넘어서서 경제 협력, 특히 기술 분야에서 관계가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지난 2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문을 실었다. 당시 기고문에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미국과는 엇박자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언급하면서 현 정부의 '3불 방침(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세 가지 불추진)'을 "지나치리만큼 (중국에) 고분고분한 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견고한 한·미 동맹 구축이 곧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경내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및 관계자들과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윤 당선인에 대해 문 정부보다는 중국에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았다. 매체는 "윤 당선인의 승리는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저항할 수 있는 좋은 징조"라면서 "사드 사태 이후 문 정부는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여 전통적인 안보 동맹 이상으로 미국과 여러 정책을 조율하는 것을 주저해왔지만 윤 당선인은 한·중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약속했고 사드 추가 배치도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더디플로맷은 특히 차기 정부의 집권은 한·미 동맹이 전통적 안보 문제를 넘어 새로운 한·미 관계 강화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기술동맹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한·미 동맹 강화와 협력을 위한 ‘미국·대한민국 파트너십’ 성명은 '기술과 혁신(Technology and Innovation)'을 첫째 항목으로 내세우면서 글로벌 리더로서 한국과 미국의 위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강력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육성, 우주 협력, 새로운 디지털 프런티어 및 가치 주도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포스트 팬데믹 회복 등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더디플로맷은 "지난 정상회담이 (양국 간) 첨단 기술 협력에 대한 틀을 마련했다면 오는 5월 취임하는 윤 당선인은 이를 실천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차기 정부는 문 정부가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협력에도 나설 수 있다"면서 "한국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무역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필수적인 동반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 바이오테크 등 분야에서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주요 기관에서 점차 커지는 중국 영향력에 대항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동맹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과 한국은 디지털과 차기 기술을 위한 규정과 규칙을 마련하는 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차기 한국 정부가 얼마나 극적으로 방향을 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디플로맷은 22일 "윤 당선인은 아직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자유주의 경제의 편에 완전히 서 있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을 비롯한 비자유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강경한 발언을 해왔다"면서도 "윤 당선인이 한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바꿀 것은 명확하지만,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고수하고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압력을 견뎌냄과 동시에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오늘날 한국 경제는 많은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점은 윤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이념을) 현실화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